출처가 단체자금이라야 법 위반
회원 의사 억압하며 기부 유도땐
개인 돈이라도 단체자금으로 판단
경찰, 김경수 재소환 카드 검토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가 10일 오전 거제시청을 방문해 거제지역 후보자와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주범인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7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정황을 포착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되는 가운데 경찰은 경공모의 이 같은 후원 사실을 김 의원이 알았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김 의원에 대한 재소환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공모 핵심 회원(필명 초뽀)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2016년 11월, 회원 200여명이 김 의원에게 2,700만원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추정되는 후원 내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압수한 USB에는 ‘후원금을 내고 세액공제를 받으라’는 안내와 함께 후원회 계좌번호와 예금주, 후원금 한도 등을 기재한 문서 등이 담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1인당 후원 규모는 대부분 5만~1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2017년에도 후원금이 전달됐는지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

정치자금법 31조는 법인 또는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으며 단체 자금을 개인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한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2008~2009년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임원들이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회원 개인 명의로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여원을 후원해 처벌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공모가 실제 후원을 했을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을 가리는 핵심 쟁점은 후원금 출처가 ‘개인자금’이냐, ‘단체자금’이냐 여부다. 회원 200여명이 드루킹 지시로 후원을 했더라도 그 돈이 회원 개인 주머니에서 나왔다면 법 위반이 아니다. 경공모 계좌나 드루킹 김씨 계좌로 돈이 한 번 모였다가 회원 명의로 쪼개져 후원한 경우라야 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단체 차원의 모금활동이 있더라도 회원 개인이 자기 돈으로 후원을 한 것이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 등 경공모 핵심회원 일부가 부당하게 회원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주도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청목회 쪼개기 후원의 경우, 피고인 측은 “청원 경찰 개인 돈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청목회 집행부가 후원 대상 국회의원과 후원 액수를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특별회비 10만원을 걷은 것은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봐야 한다”며 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경공모 회원 후원금이 실제 전달이 됐는지, 그랬다면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전해졌는지에 향후 경찰 조사의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김 의원 역시 ‘경공모 단체 후원’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판단이 갈리게 됐다. 쪼개기 후원을 통한 불법 정치자금이고, 그 돈이 경공모 후원금인 걸 알고 있었다면 김 의원도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경공모 후원 정황을 7일 처음으로 파악해 지난 4일 김 의원 소환 당시에는 관련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재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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