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비서실장 문희상 ‘문정부’ 평가ㆍ조언

#1
문재인 정부 1년 성적은 A++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대통령
개혁에 종지부 찍을 책무 있어
YS 초기의 거침없는 개혁 능가
#2
‘한반도 운전자론=복덕방’ 비유
문, 자신은 낮추고 공은 돌리며
판매ㆍ구매자 신뢰 동시에 얻어
훈수 두는 일본ㆍ중국까지 포섭
#3
촛불ㆍ한반도 평화 기운이
맞아떨어지는 민족적 대전환기
이 시대적 흐름은 더 갈 것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문희상(73)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민주화 정권’ 3기에 걸쳐 깊숙이 관여한, 흔치 않은 이력의 6선 정치인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가신 그룹 중 ‘머리’로 보좌하는 부류였고, 노무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치며 당시 민정수석 문재인과 참여정부 밑그림을 그렸다. 문재인 정부 1년을 조망하기에 그만큼 자격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문 의원은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적폐청산 임무를 완수했다고 선언하기엔, 지난 1년간의 성공엔진을 끄기엔 아직 이르다고 못박았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한반도 평화라는 천운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과 미국을 아우르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신을 낮춰 구매자와 판매자의 신뢰를 동시에 얻는 복덕방”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집권 3년차에 역사와 대화를 하겠다며 독선에 빠지는 오류를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또 개혁의 제도화로 연결하려면 2년차부터 여야 정치권과 협치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4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진행=박석원 차장

_문재인 정부 1년을 점검할 때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 규정부터 해달라.

“엄청난 질문이다(웃음). 김대중ㆍ노무현 민주개혁정부가 아쉬운 듯 마무리를 못 지었는데 3기로 들어선 문 정부는 그걸 완성시켜 개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연인원 1,700만명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쓰레기 한 톨 안 남기고 석 달에 걸쳐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촛불혁명 수혜자로 집권한 역사적 책무가 있는 것이다.”

_그 집권 1년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대 어느 정부도 초기 1년에 이만큼 성과를 낸 정부는 없었다. 에이 투플러스(A++)정도 줄 수 있다. 국정수행 지지도가 70% 훨씬 넘지 않나.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초기에 거침없는 담대한 개혁을 실시했다. 3일 안에 청와대 안가를 허물고, 한 달 안에 중앙청을 허물고, 석 달 안에 하나회 숙청으로 수백 개 별을 떨구고 그 다음에 공무원 재산공개를 법적으로 완성하면서 우수수 정치권 거물들을 다 떨궜다. 금융실명제까지 전광석화처럼 실시했다. 그런데 그것을 능가하는 일을 지금 이 정부가 1년 안에 하고 있다.”

_특히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감옥에 갔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세월호 해결할 때 적폐청산이란 말을 썼다.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엮으려 하니 이상해 보이지 그게 아니다. 과거사 문제를 청산하는 과정의 모범답안은 국제적으론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진실화해위원회가 있고, DJ가 만든 광주민주화운동 처리 4가지 원칙이 있었다. 진상규명, 그에 따르는 사법적 처리, 가해자들의 통절한 반성, 이후 용서와 화해다. 지금 사법적 처리 마지막에 걸려 있다. 이게 끝났는데 통절한 반성을 안 한다? 그러면 사면복권 얘기는 못나오는 것이다.”

_문 정부 1년차는 적폐청산만 있나.

“아니다. 1년차 말기에 온 한반도 평화가 있지 않나. 기적처럼 왔다고 생각하지만 문 대통령의 독특한 캐릭터와 확실한 의지가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걱정했던 통일ㆍ안보ㆍ국방 측면의 우려를 일거에 해결하고 경천동지할 변화를 끌어냈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_적폐청산과 한반도 평화로 에이 투플러스 성적을 줬는데, 경제는 어떠한가.

“최저임금제도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재벌개혁과 운영에 관한 틀, 금융개혁을 1년 안에 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거부 반응 때문에 주춤주춤하곤 하는데 한꺼번에 출구가 확 뚫릴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 평화로 점쳐지는 남북경제 현장 때문이다. 2,500만명의 새로운 시장과 싼 임금이 있다. 세계 희귀 광산 광물 자원도 있다. 우리는 자원을 100% 활용할 자본과 기술이 있다. 경원선 경의선 동해선이 이어지면 유라시아 대륙경제권으로 바로 들어가는데 물류비용이 반으로 싸지고, 유통기간도 반으로 준다. 하반기 경제는 상종가를 칠 거라고 본다.”

_남북교류 효과가 당장 하반기 민생경제로 바로 이어진다는 얘기인가.

“바로 온다. 왜냐면 이렇게 진척이 빠른 때가 없거든. 빠른 정도가 아니야. 우리도 가늠을 못할 정도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판문점에서 남북이 만났지 않나. 이제 북미가 만난다. 그럼 거기서 남ㆍ북ㆍ미가 또 만난다. 일괄타결 되는 것이다. 전과 다른 게 6·15나 10·4선언은 집권 3년, 4년차 힘이 좀 빠질 때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이건 1년도 안 됐다. 북미 회담도 성공이 예정된 게 폼페이오가 북한에 간 것도 이미 답이 나온 걸 확인만 하는 절차라고 한다.”

_문 대통령은 자신은 ‘로키’로 가면서 노벨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라고 했다.

“지금의 흐름은 베를린선언부터다. 똑같은 것을 유엔총회 가서도 연설했지 않나. 그 며칠 전에 트럼프는 악의 집단으로 북한을 매도하는 유엔총회 연설을 했다. 3일쯤 뒤에 바로 우리 대통령이 가서 절대 어떤 침략도 우리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으면서 유엔이 할 일이 뭐냐, 평화 아니냐, 이러면서 트럼프는 평화를 얘기한 게 아니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그게 북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다. 그런 말을 서슴없이 거기서 하면서 실제론 매일같이 미국과 안보보좌관끼리 서로 통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트럼프 당신이 해야 한다고 띄워주면서 신뢰를 그쪽에서도 얻었다.”

_한반도 운전자론이 순항하는 이유는 뭔가.

“운전자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복덕방이 성공하려면 양쪽 구매자, 판매자 신뢰를 얻어야 거래가 성사된다. 복덕방 운영을 잘한 것이다. 그래서 정상회담으로 이뤄진 것이다. 공을 다 돌리지 않나. 옆에서 훈수 둔 일본까지, 중국까지.”

_집권 1년차와 2년차는 대통령이 어떻게 달라지나.

“3년차쯤부터 자기 생각이 옳다는 신념이 굳어져간다. 비판을 들으려고 애쓰는 사람도 3년차 되면 독선이 된다. 모든 정보를 독점하거든.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의 모든 정보가 들어오는데 자신에게 충고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뭘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쪽 경향을 파악해서 입맛에 맞는 정보만 올라오니까. 또 어느 단계가 지나면 ‘역사와 대화하겠다’고 한다. 결국은 이게 ‘국민과 대화는 무시하겠어요’라는 말이 되더라고.”

_문 정부의 2년차를 예상해달라.

“이번엔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정권이다. 적폐청산 1년차에 할 일은 전광석화처럼 역대 어느 정권보다 잘했지만 2년차까지 흐름이 연장될 것으로 본다.”

_적폐청산이 2년차에 더 힘을 받는다는 말인가.

“시대적 변화이기 때문에 그렇다. 홍수 났는데 떠내려가는 냉장고 챙기고 텔레비전 챙기고 그건 안 되는 것이다. 흐름이 워낙 세니까. 하나는 촛불이고, 또 하나는 한반도 평화 기운이다.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민족적 대 전환기다. 이 흐름이 더 간다.”

_그 이후엔 어떤가.

“청와대 계절이 끝나고 국회의 계절이 집권 2년 반쯤 지나면 온다. 국회가 협조 안 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 개혁과 적폐청산의 마지막은 제도화다. 인적 청산으로 비치면 동력을 상실한다. 빨리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제도와 관행을 고치는 일을 해야 하는데 100% 국회의 일이다. 법률을 만들지 않으면 없어지는 거다.”

_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발탁을 반대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당시 노무현 정부 첫 개혁과제가 검찰개혁이었다. 그걸 총괄하는 게 민정수석인데 과감하고 대차고 담대한 인물이어야 했다. 그런데 유한 정도가 아니라 사슴 같은 눈을 하고 왔다. 딱 보니까 너무 착한 사람이더라, 첫 인상이.”

_당시 노 대통령이 뭐라고 얘기했나.

“‘저 사람이 남이 안 가진 장점 2개가 있다’면서 걱정 말라고 하더라. 하나는 치우치지 않고, 극단적인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자신(노 대통령)은 격분하면 격앙돼서 외골수로 막 나가는데 저 사람은 균형을 잡는다고 했다. 두 번째는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어 나중에 보면 그 사람 얘기가 맞더라는 것이다. ‘나보다 몇 살 아래인데 내가 하대를 못해요’라고 하더라.”

_문 대통령이 준비된 인물이란 평가로 들린다.

“가슴형, 공감 측면에 노무현 문재인의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은 노 대통령은 분노 조절을 잘 못하지만 문 대통령은 차분하고 다독이면서 조용히 같이 가려는 쪽이다.”

_하반기 국회의장 경선을 준비 중이다. 문 대통령에게 2년차 주의사항을 조언해준다면.

“2년차 마무리 시점에 바로 협치를 시작해야 한다. 비효율적이고, 인기 없는 국회라도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들과 타협하지 못하고 지원 내지 협조를 못 받으면 마지막에 좋지 않은 꼴만 나온다. 성공할 수 없다.”

정리=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문희상은 누구

1945년생. 서울대 법대 졸업. 1994년 14대 총선부터 15대를 제외하고 경기 의정부에서 내리 6선을 했다. 1980년 서울의봄 당시 재야인사였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시로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전국조직 구축을 도맡았다. 국민의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과 안기부 기조실장을 거쳤고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대중 후보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해 영국으로 갔을땐 이기택 민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파견’돼 DJ가 야권내 영향력을 놓지 않는 미묘한 연결고리로 작용했다. 현재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고 있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