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충북 영동 과일나라 테마공원에 있는 100년 묵은 배나무 20그루에 하얀 배꽃이 만개했다. 영동군 제공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인상 깊은 행사를 접했다. 1990년대 그린벨트 보존 운동으로 우리나라에 국민신탁운동을 본격화한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개최한 ‘이곳만은 꼭 지키자!’라는 시민공모전이다. 공모전은 지역주민, 시민단체가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의 보전 이유, 의미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 대상은 ‘대전 월평공원’을 제안한 ‘월평공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저지 갈마동 주민대책위원회’가 선정됐다.

대전 도심에 있는 월평공원은 공원 일몰제로 2020년 7월 공원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민간공원 특례 사업이 진행 중인데, 이 사업은 도시공원의 해제를 막기 위해 공원 부지 30%는 수익사업을 하고, 나머지 70%는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공원의 일부라도 보전해 시민에게 돌려 주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고층아파트 위주로 계획되면서 공원 난개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공원을 지키려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이익을 창출하려는 토지 소유주와 민간 사업자, 민간 개발을 통해 공원 일부라도 지키려는 대전시 등 관련 당사자 간 이해가 엇갈려 갈등만 커졌다.

공원 일몰제의 시작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성남시 소재 학교 부지 소유주들이 도시계획시설(학교시설부지)로 결정된 후 사업 진행 없이 재산권 행사만 금지되면서 도시계획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를 사유 재산권 침해로 인정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고, 이를 근거로 2000년 이전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20년 동안 공원으로 집행(매입)이 되지 않은 시설들은 자동으로 결정 효력이 상실되도록 도시계획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부터 해제되는 면적은 무려 433㎢로, 여의도 면적의 약 50배에 달한다.

도시공원은 시민의 쉼터이자 야생동물의 삶터이다.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미세먼지는 물론 도시열섬ㆍ도시홍수를 저감하는 효과도 뛰어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7년 북한산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조사한 결과, 북한산에서 3~7㎞ 떨어진 도심 지역의 평균 농도보다 약 17%, 최대 4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국립환경과학원이 수원시 지역을 대상으로 공원ㆍ녹지 여부에 따라 여름 길이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도시공원의 중요성은 확인된다. 그린 인프라 비율이 높을수록 여름일수가 감소했는데, 비슷한 거리에서도 녹지 여부에 따라 여름길이는 최대 57일 차이가 났다.

영국 런던에서는 도시공원이 주변도로보다 평균 0.6도, 그늘이 없는 거리보다 3도 낮아 도시 열기를 낮추며,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도시공원이 연간 40%의 빗물 유출을 감소시켜 도시 재해와 소음을 줄여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지난 18년간 도시공원 조성을 지방자치단체 업무라고 방관해 오다 올해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미집행 도시공원 해소 대책을 발표했다. 이제라도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지만 대책 내용은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와 시민단체에서 요구하는 토지보상비 국고 지원, 국공유지 해제 제외 등 중요한 내용이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도시공원 해제를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재원인데 사유지 매입 비용이 수십, 수백 조원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하면 정부가 이자의 일부만 지원하는 이번 대책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미집행 도시공원의 약 26%는 국공유지로, 국공유지 소유 기관인 기획재정부ㆍ국방부ㆍ산림청 등 국가기관조차 국공유지 해제 제외를 반대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는 도시공원 조성이 지자체 사무라는 인식을 버려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이번 대책은 문제 해결의 출발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삶과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기의 도시공원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동근 서울대 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이동근 서울대 조경ㆍ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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