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남북 정상회담 취재 내내 긴장ㆍ전율

文대통령과 깜짝 월경 이벤트
여유로운 성격 단적으로 보여줘
“평양냉면 공수, 먼길은 아니구나”
유머 섞인 말에 프레스센터 웃음
野대표ㆍ丁의장 만찬장 초대 안해
꼬인 정국 실타래 활용 아쉬워
트럼프 ‘현찰’ 받기 좋아해
北, 아껴뒀던 가산 뭐든 내놓아야
그래픽=김문중 기자

세계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남북 정상회담의 감동을 모두가 체험했다. 기자들도 평생 접하기 흔치 않은 흥분과 전율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한반도가 격동기에 있음을 실감한다. 그런데 이런 급격한 변화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긴장시킨다.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소회를 풀어놓고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을 점쳐보기 위해 판문점과 일산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고생한 정상회담 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또는 프레스센터 대형화면에서 본 첫인상은 어땠나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판문점 북측 통일각을 나서 계단을 내려오는 김 위원장 모습이 화면에 잡히자 절로 탄성이 나왔어요. 군사분계선이 가까워지자 수행원들이 다 떨어져나갔고 김 위원장 혼자 남쪽으로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환한 웃음. 연출이어도, 위선이어도 이렇게 뭔가가 시작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실물 쇼크’라는 말 그대롭니다. 초반엔 긴장하는 모습도 얼핏 보였지만 시종 여유 있는 모습에 회담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계산적이고 똑똑하다는 생각도 들었죠. “풋내기로 본 건 잘못”이란 외신의 자성이 나올 정도였어요.

밤술보다 낮술(낮술)=평양냉면을 멀리서 가져왔다고 했다가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하면서 말을 황급히 주워담을 땐 프레스센터에서 웃음이 터졌죠. 북측에선 우상화, 남측에선 악마화된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기도 했고요.

불나방=남북관계 급진전으로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씨가 단숨에 리설주 여사가 됐네요. 만찬장에서 단연 빛났는데.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지난달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숙 여사, 리설주 여사가 공연장을 향해 나란히 걷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메아리=언제나 의전이라는 게 권위주의 냄새가 나서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우리 대통령 부인을 예우한다면 상대방도 존중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그의 인기는 인지상정의 결과죠. 화면 속의 인물이니 매력을 외모로 느낄 도리밖에 없을 듯합니다.

불나방=정상회담 일정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마음은 콩밭에서=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손을 잡아 끌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모습이죠. 사전에 전혀 계획되지 않은 깜짝 이벤트였는데, 김 위원장의 ‘여유’(혹은 그런 척)를 단적으로 보여줬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단연 도보다리 30분 밀담이죠. 한편의 무성영화와 같았어요. 풀숲에 이는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평화를 대신 속삭여줬다는 반응까지 나온 걸 보면, 확실히 성공한 연출임에 틀림 없어 보입니다.

탐구생활=봄날의 연둣빛 나무 색이 남다른 시적인 장면을 보여주며 강렬한 충격과 감동을 남겼죠. 영화 같은 배경에 서로 무릎을 맞대며 설득하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한반도 해법을 논하는 방식의 격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옮겨갔구나 실감했어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한 뒤 담소를 나누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낮술=연출된 내용이 아니었기에 더욱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청와대 의전팀에서 아이디어 제안을 했고, 북측과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남측 제안대로 하자고 했다죠. 잠시 쉬어갈 상황에 대비해 테이블을 마련했을 뿐이지, 그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눌지는 두 정상에 맡겼다고 합니다.

광화문 문지기=거친 숨을 내쉬며 뛰던 12명의 김 위원장 경호요원이 기억에 남네요. 근접경호부대인 974부대원이라는데, 오전 정상회담이 끝나고 차량을 학익진 형태로 둘러싸고 뛸 때는 좀 힘겨워 보였습니다. 발도 잘 안 맞고 대열도 흐트러진 상태로 열심히 차량을 쫓아가는 모습이 앙증맞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불나방=문 대통령이 아들뻘인 김 위원장을 어떻게 대하는 것처럼 느꼈나요.

낮술=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난 목적이 무엇일까요. 비핵화? 경제협력? 모두 중요한 이슈지만 그 전에 인간적인 신뢰를 다지고 싶었을 겁니다. 문 대통령의 표정과 말투에서 그런 노력이 묻어났죠. 어리다고 쉽게 보거나 억지로 친해지려 하거나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죠.

불나방=남북관계 개선의 민족내부 문제는 큰 성과가 나왔지만, 비핵화나 핵 폐기 문제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당나귀=반대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죠. 선언문에 남긴 의제의 순서만 놓고 보면 남북 정상이 비핵화 자체는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겁니다. 판문점 선언은 사실상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내놓은 북한보증서라고 봅니다. 사업가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확실한 담보를 제공한 셈이죠.

삼각지 미식가=비핵화 부분이 제3항 평화체제 구축 카테고리의 하위항목에 들어간 것은 여전히 ‘북핵문제는 남측과 다룰 게 아니다’는 북한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요. 비핵화 부분을 별도 항목으로 만들어간 평화체제 항목이 아니라 남북 간 군사긴장 완화 항목에 넣었다면, 그 의미가 훨씬 컸을 겁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불나방=일산 프레스센터의 해외언론 기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탐구생활=환호 일색이었죠. 아침만해도 취재진들 모두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핵 무기를 완성한 북한이 폐기가 아닌 동결을 주장할 것이다, 폐기를 말할 것이다를 두고 내기가 벌어질 정도였죠. 그런데 두 정상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대다수의 기자가 희망을 본 거죠. 기자로서 지켜야 할 냉철한 이성보다 따뜻한 감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불나방=전체 일정 중 아쉬운 부분은 뭔가요. 만찬 때 왜 야당 대표들은 초대하지 않았을까요.

탐구생활=야당 대표를 포함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모습도 볼 수 없었죠. 정치권에선 ‘국회 패싱’이란 자조적인 말이 돌았고 야당은 노골적으로 비판했지요. 그런데 사실은 여당도 참석하지 못할 뻔했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당일 아침까지도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만찬 참석 계획은 없었죠. 정상회담 국면에 뭐라도 하고 싶었던 여당이 먼저 나서 청와대 측에 당일 아침 대통령 배웅을 가겠다고 했고,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구두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초대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일정이 꼬여있는 상황에서 야당 지도부도 만찬에 초청해 이해를 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면서 그나마 여당 대표들이라도 초대 받은 게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더군요.

불나방=곧 벌어질 트럼프ㆍ김정은 담판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국무부를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취임식 참석한 가운데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워싱턴 D.C=연합뉴스

메아리=깨질 판이면 깔지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미 잘 조율된 협상을 벌이게 될 듯합니다. 안정된 집권(김 위원장)과 재선(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서로 상대방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반도 냉전 덕에 돈을 벌던 미 군산복합체의 불만을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이 무마할지 궁금합니다.

당나귀=트럼프는 ‘현찰’을 받길 좋아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3,800억달러,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선 2,500억달러 규모의 투자ㆍ구매 계약을 끌어냈죠. 현찰이 없는 북한으로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핵무기든 아껴뒀던 가산을 다 내놓아야 할 형편이겠죠. 물론 트럼프도 빈손으로 가진 않을 겁니다. 북한에 경제적 성공의 기회를 여는 열쇠를 줄 수 있다고 하죠. 자수성가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플렌티스’를 진행한 경험을 살려 북한을 국제사회의 견습원으로 고용하는 그림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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