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계열사 전현직 직원 폭로
국내외 직원, 승무원 등 동원
많을 때는 이민가방 3개나 채워
관세청 ‘비밀의 방’ 3곳 확인
불법 반입품은 발견되지 않아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아 현민 자매가 지난 9년간 국적기를 ‘개인 택배’처럼 사용하며 고가의 명품과 과자 초콜릿 등을 무분별하게 밀반입해왔다고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직원들이 폭로했다.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포탈’ 혐의에 대한 세관 당국 조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한진그룹 계열사 전·현직 직원이라 소개한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조씨 자매의 밀수는 2009년부터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자매의 쇼핑을 위해 한국과 해외 지점에 있는 대한항공 직원, 한진그룹 관계사 직원, 비행기 승무원까지 전사적으로 동원됐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언니 현아씨가 칼호텔네트워크대표를 맡고, 현민씨가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던 무렵부터다.

밀반입 방식은 이렇다. 일단 빈 이민가방을 한국에서 해외로 항공편을 통해 보낸다. 이를 직원이 공항 터미널에서 챙겨 해외 지점에 건네주면 지점장이 조씨 자매가 온라인쇼핑 등으로 구매한 물건들을 받아 가방에 채워 다시 공항으로 보낸다. 제보자 A씨는 “공항으로 간 가방은 비행기 1등석에 실려 한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A씨는 물품 운송 품목이 명품뿐 아니라 스포츠용품, 과자와 초콜릿 등 일상 생활용품까지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는 “많을 때는 이민가방 3개를 다 채워 보낼 때도 있었고, 사람 얼굴만한 박스 하나였던 적도 있다”고 했다. 제보자 B씨는 “이렇게 보내지는 물품 수신지에는 ‘ICNKK’와 C 과장의 이름이 표기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ICN은 인천, KK는 공항지점을 가리키는 대한항공 내 코드다.

제보자들은 조현민씨의 ‘물컵 갑질’ 이후 여론이 들끓은 뒤에야 물품 운송 요구가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A씨는 “올해도 2월에 세 차례, 3월에 두 차례 빈 가방을 받았지만, 4월에는 조 전 전무 일이 터지기 전 한 차례 빈 가방이 온 이후 한 건도 공항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사에서 파견 나온 KKI(운항총괄매니저)가 매니저들에게 조씨 자매의 물품과 관련된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측은 사실관계를 부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느 지점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라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은폐 지시를 내린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 자택 내 ‘일반인이 알아챌 수 없는 비밀의 방이 있고 이곳에 불법적인 물건을 보관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이날 해명했다. “자택 2층 드레스룸 안쪽 공간 및 지하 공간은 누구나 발견하고 들어갈 수 있고, 지하 공간은 평소에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의 창고”라는 것이다. 관세청은 전날 압수수색으로 비밀의 공간 3군데를 확인했지만 불법 반입품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집안에 있는 가구 등 외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전체 물건을 사진으로 찍었다”라며 “확보한 이메일과 화물내역 등 전산자료와 비교하는 동시에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총수 일가를 소환하겠다”고 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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