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세계경제]

앙고라 산양 게티이미지뱅크

앙고라 산양에서 채취한 고급 모섬유 ‘모헤어’가 국제 패션계에서 급속히 퇴출되고 있다. 동물보호 여론 확산으로 젊은 소비자 사이에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까지 고려한 윤리적 소비가 트렌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패스트패션’으로 불리는 글로벌 SPA(제조ㆍ유통 일괄) 브랜드 자라와 H&M, 갭, 톱숍 등이 모헤어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최근 세계 최대 모헤어 공급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12개 산양 농장에서 잔혹하게 모헤어를 채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데 따른 조치다. 페타에 따르면 촬영이 이뤄진 올해 1, 2월 사이에만 4만여 마리 산양이 극심한 추위 속에 털이 깎였다. 또 쓸모가 없어진 일부 산양은 농장 근로자들에게 곧장 죽임을 당했다. 페타가 적발한 12개 농장에서 이들 브랜드가 모헤어를 납품 받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헬레나 요한슨 H&M그룹 대변인은 “유통망에서 모헤어를 당장 제외시키는 어렵고 모헤어판매 국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2020년까지 전 세계 4,700여개 매장에서 모헤어 제품을 퇴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자라 브랜드를 이끄는 패션그룹 인디텍스도 2020년을 목표로 7개 브랜드 전체에서 모헤어 제품 판매를 중단할 뜻을 밝혔다.

이 같은 글로벌 패스트패션 업계의 계획과 관련해 WP는 “소비자들은 윤리적인 방식으로 제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는 패션업계의 진단을 전했다. 제품 생산부터 가격 결정까지 공정하게 처리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패션 브랜드 에버레인의 인기가 대표적인 예다.

앞서 패스트패션 업계는 페타가 2013년 중국 앙고라토끼 농장에서 벌어지는 비인도적 앙고라토끼털 생산 과정을 폭로한 직후 관련 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고가 브랜드의 경우 이탈리아 구찌를 비롯해 아르마니, 베르사체, 미국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 등이 잇달아 동물 모피 사용 중단(Fur Free)을 선언했다.

따라서 페타는 지금처럼 유통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것이 산양을 잔인한 학대에서 벗어나게 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기관 NPD의 애널리스트 마셜 코언은 “타깃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가 윤리적 기준으로 상품 공급에 나설 정도로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투명성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접근이 소비자를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도 윤리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