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과 북의 언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때 시작된 남북의 좋은 분위기는 드디어 지난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큰 결실로 이어졌다. 이제 남북 교류가 한층 활발해지리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남북이 자주 만나고 교류하게 되었을 때, 남과 북의 언어 예절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을 듯하다. 단어의 의미 차이보다도 화법 등의 차이가 더 큰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위 ‘빈말’의 사용이다. 남한 사람들은 ‘다음에 밥 한번 먹어요’ ‘언제 한잔 하지’ 등과 같은 말을 인사말로 흔히 사용한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은 이러한 말을 들으면 실제로 밥이나 술 약속을 할 거라고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후에 아무런 연락이 없을 때 상당히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남한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우회적인 표현도 북한 사람들에게는 혼란을 줄 수 있다. 누가 부탁했을 때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 ‘정말 도와드리고 싶은데, 제가 요즘 많이 바빠서...’라고 흔히 하는데, 북한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게 생각한다. 반대로 남한 사람이 듣기에는 무례해 보이는 북한 사람의 말투도 있다. ‘책 좀 빌려 주시오’, ‘창문 좀 열라’와 같은 말을 남한 사람이 들으면 명령 같아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사람은 순수한 부탁의 의미로 이러한 말투를 흔히 사용한다.

이러한 언어 예절에서 오는 차이는 자칫 인간관계에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앞으로 남과 북의 만남이 한층 자유로워졌을 때, 이러한 언어 예절의 차이로 불필요한 분쟁이 안 생기도록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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