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전 15주년을 기념해 미국에 거주하는 이라크 소설가 시난 안툰(Sinan Antoon)이 쓴 ‘15년 전 미국이 내 조국을 파괴했다’는 제목의 가슴 저미는 칼럼을 실었다. 안톤은 사담 후세인의 잔인한 독재 통치와 미국이 주도한 전쟁을 모두 반대했다. 미국의 침공은 이라크를 큰 혼란에 빠뜨리고 민족 간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민간인 수십만 명을 죽였다. 이라크전은 지역 불안정을 야기해 이슬람국가(Islamic State)의 부상을 가능하게 했다. IS는 이라크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하고 소수 민족인 야디지 족을 대량 학살했으며 전 세계에 테러를 확산시켰다.

사담 후세인 전복을 겨냥한 이라크전은 비극적 실수였다. 안툰은 이라크전이 범죄였다고 주장한다. 그 말이 맞다면 가해자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존 볼턴 등 부시 행정부 멤버들을 전쟁 범죄자라고 단언할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다수 영국인들도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그렇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는 강력한 목소리들이 있다.

침략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범죄라는 생각은 19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베르사이유 강화조약은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를 ‘국제 도덕에 대한 최고의 위반’을 이유로 법정에 세우려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로 도피한 빌헬름 2세의 신병 확보에 실패해 무위로 끝났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뉘른베르크 재판 기간 동안 국제전범재판소는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 부총통 루돌프 헤스 등 12명의 나치 지도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들의 네 가지 유죄 혐의 중 하나가 침략 전쟁을 시작하고 수행한 것이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이 끝난 뒤 국제연합(유엔) 국제법위원회는 ‘뉘른베르크 원칙(Nuremberg Principles)’으로 알려진 문서에 기본 법 원칙들을 명문화했다. 이 문서는 국제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누구나 국내법상 합법적이라 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문서는 또 ‘침략 전쟁의 기획ㆍ준비ㆍ개시 또는 국제 조약 및 협약을 위반한 전쟁’과 ‘이런 일반적 계획이나 음모에 참여하는 것’ 등 몇 가지를 국제법에 따른 범죄로 규정했다.

미국과 영국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만일 그들이 자신의 지도자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위선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전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침략 행위였다. 또한 ‘모든 회원국들은 어떤 나라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반대하는 위협이나 무력 사용, 또는 유엔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어떤 다른 방법에 대해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유엔 헌장 위반이다.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가 무장해제 합의를 위반했다며 이라크 공격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프랑스 ​​중국 등 다른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보유 여부 확인을 위해 이라크에 있는 무기 사찰관들이 계속 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며 거부했다. 그럼에도 부시와 블레어는 공격을 감행했다.

당시 무기통제와 국제안보를 담당한 볼턴 차관보는 침략 전쟁을 수행한 공동 계획자의 일원이었다. 그는 부시 행정부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분석가들을 학대했다. 조지워싱턴 대학 국가안보기록보관소 존 프라도스 연구원은 “이라크 정보분석가들이 부시 행정부가 듣고 싶어하지 않는 답변을 제공하더라도 비난받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매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위조된 증거를 제출했다.

블레어 총리는 후세인의 반인도적 범죄를 막는데 필요하다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인도적 개입 전쟁이 정당화될 수 있는 국제적 원칙을 제시한 ‘보호에 대한 책임’의 저자인 전 호주 외무장관 가레스 에반스는 최근 회고록에서 블레어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후세인이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 극악무도한 일을 저질렀다고 인정하지만, 2000년까지 그의 행동은 “세계의 다른 인권 침해자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부시와 그의 행정부 멤버들이 침략 전쟁을 일으킨 범죄에 대해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재판이 열릴 수 있는 곳은 국제형사재판소(ICC)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ICC 설립 조약에 서명했지만 부시 행정부는 그 서명을 철회했다. 미국은 여전히 이 ​​조약의 당사국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이라크 침공의 범죄적 성격을 논할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트럼프 취임 후 국제사회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침략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종종 실수가 되며, 범죄는 처벌받지 않아도 항상 범죄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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