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류 언론들 '신중 대응' 주문

NYT, 긍정적 평가속 ‘김정은 의도’에 의구심
WSJ “비핵화 구체적 신호 없어… 계속 불신”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문’에 각각 서명을 한 뒤 맞잡은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판문점=고영권 기자

“한국인들의 평화 논의는 희망과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뉴욕타임스ㆍNYT), “남북 정상회담은 과장된 선전이다”(월스트리트저널ㆍWSJ).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인 27일(현지시간) 발행된 미국 유력 언론 두 곳의 사설 제목이다. 각각 미국 내의 대표적인 진보 신문(NYT)과 보수 신문(WSJ)답게 논조의 차이는 뚜렷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당장 한반도에 평화가 도래한 것처럼 들뜨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NYT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여전한 의구심을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정은은 지금도 야만스럽게 고립된 국가의 잔인한 통치자이며, 절대 권력 유지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할 사람”이라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특히 그가 생각하는 ‘비핵화’란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보상과 안보 보장을 맞교환하는 ‘점진적-동시적’ 접근법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괄 타결’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안건인 ‘북한 비핵화’ 합의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남북 정상의 대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NYT는 “장기간 대치하던 남북이 마련한 새로운 기회는 미국의 대북 선제 타격 가능성을 줄이고, 북미 간의 진정성 있고 유익한 대화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일방적인 요구나 위협이 아니라, 북한과의 진지한 협상을 참을성 있게 추진함으로써 평화를 향한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었다”고 해석했다.

‘섣부른 낙관론 경계’ 정도로 요약되는 NYT와 달리, WSJ는 ‘알맹이가 없는’ 회담이었다면서 평가절하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북한은 핵 프로그램 폐기의 구체적 신호를 준 적이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무엇을 의미한다고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지가 중요한데, 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포기’ 요구에 저항할 때 사용해 온 전형적인 제안”이라고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 능력도 도마에 올렸다. WSJ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 언급, 국제사찰단의 핵시설 방문 허용 등을 요구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말’만 그대로 받아들였는데, 이는 북한의 과거 협정 위반 사례를 볼 때 이해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신문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으면 회담장을 떠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올바른 입장’이라면서 “수십 년에 걸친 거짓 약속에 대한 더 나은 정책은 (북한에 대한) 불신과 검증”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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