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팜플로마에서 28일 인권ㆍ여성 단체들이 집단 강간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에 항의하고 있다. 팜플로마=AP 연합뉴스

스페인에서 18세 여성을 집단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던 남성들이 무죄 판결을 받자 시민 수만명이 이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몰려나왔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북부 도시 팜플로나와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와 법원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팜플로나 경찰은 이번 시위에 3만2,000~3만5,000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의 발단은 지난 2016년 7월 팜플로나 지역에서 열린 황소축제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다. 법원은 지난 26일 피고인 5명의 강간(rape)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대신 형량이 낮은 성적 학대(sexual abuse) 혐의를 적용,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범행 당시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법원은 이들에게 9년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에게 20년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이후 스페인 내에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의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12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의 안드리아나 라스트라 대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평하면서 “이것은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고백하라(tell it)’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하면서 피해여성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단순히 이번 판결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여성에게 불리한 스페인 사법체계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이 이 사태를 추동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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