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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南 “대화”에 北 ‘도발’
5월 文대통령 취임 나흘 만에
北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7월 베를린 구상 北 “궤변” 비난
9월 6차 핵실험 위기 최고조
트럼프와 ‘로켓맨’ ‘늙다리’ 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판문점 선언문'을 교환한 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쉽지 않은 길이었다. 후보 시절부터 남북대화 중요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2008년 이후 보수정권을 거치며 경색된 남북관계가 재정립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로 한반도 긴장만 고조돼 갔다.

정부는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공조하면서도 대화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 사이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협상 카드를 확보했다. 문 대통령이 꾸준히 보낸 화해 제스처는 북한이 대화로 나서는 데 좋은 명분이 됐다.

정부의 꾸준함과 북한의 시간표가 일단 맞아떨어졌다.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27일 남북은 11년 만의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역사적 한걸음을 내디뎠다.

文 정부, 출범 후 꾸준한 대화 러브콜

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ㆍ15공동선언, 7ㆍ4공동성명, 10ㆍ4정상선언 등을 존중하겠다는 뜻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북한이 도와주지 않았다. 취임 나흘만인 지난해 5월 14일 북한은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1발을 발사했다. 도발은 계속됐다. 같은 달 21일과 29일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은 급격하게 고조됐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동시에 엄중히 경고한다”며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대화 의지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5일 남북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축사를 통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했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상을 담은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장면이다. 북한은 “궤변”이라고 비난했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화 여건이 갖춰지면 대북 특사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 ‘핵무력 완성’한 北, “대화하겠다” 화답

북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서로를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공방을 벌였다. 북미 관계가 악화하며, ‘한반도 전쟁설’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1월 1일, 김 위원장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야 할 때"라며 대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일주일 뒤 판문점에서 회담이 열렸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빠른 전개였다.

북한 태도 변화의 배경엔 ‘국가 핵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마침내 그 어떤 힘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신년사)고 과시했다. 더 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가 필요 없을 정도이니 이제 경제발전에 총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다만 북한이 ‘전략적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대북제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화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고립 압살 책동은 극도에 달하였으며 우리 혁명은 유례없는 엄혹한 도전에 부닥치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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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김정은 신년사서 대변신
핵무력 완성 선언하며 대화 제안
일주일 뒤 남북 고위급회담 가져
2월 평창올림픽 김여정 특사 파견
3월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합의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가 건배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무언의 10년… 한달음에 남북 정상회담까지

2월 열린 평창올림픽은 결정적이었다. 사전행사인 남북 공동훈련, 예술단 공연은 10년간의 대화 공백을 자연스레 메웠다. 올림픽 기간 중 남북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까지 했다. 진통 끝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도 결성됐다. 한미는 올림픽 기간 중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데 합의하며 판을 깔았다.

한번 태도를 바꾼 북한은 적극적이었다. 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대통령 방북을 제안했다. ‘파격’이었다. 정부도 대북특별사절단을 3월 평양으로 보냈고,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이뤘다. 북한은 내친 김에 미국과 대화 의지까지 보여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되며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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