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財)야의 고수를 찾아서] <8>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2001년 운영하던 학원 접고
1000만원으로 전업투자 나서
투자 노트에 시장 분석 빼곡
“단기ㆍ중기ㆍ장기 계좌 나누고
시장 불투명할 땐 단기 투자를
현재는 제약ㆍ바이오주 주목”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키움증권 제공

주식 투자엔 정년이 없다. ‘오마하의 현인’인 워런 버핏은 88세의 나이에도 월가의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식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고레가와 긴조도 65세에 처음 투자로 돈을 벌기 시작해 90세에 1,000억엔(약 9,900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만난 남석관(58) 베스트인컴 대표는 “나이 드신 분도 얼마든지 주식 투자를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는 2001년 운영하던 입시 학원을 정리하고 남은 종잣돈 1,000만원으로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섰다. 금융 시장이 본격 개방되면서 주식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인터넷으로도 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돼 굳이 객장에 나가지 않아도 됐다. 남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타던 2005년부터 3년간 누적 수익률 2,500%(8,000만원→20억원)를 기록, ‘슈퍼개미’ 반열에 올랐다.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 주최한 실전 투자대회에 참가, 총 네 차례나 수상했다. 그는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커 실패 하기 쉽다는 편견이 있지만 사실 공부하는 만큼 수익이 나는 정직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남 대표와의 일문일답.

-다양한 재테크 방법 중 왜 굳이 주식 투자를 업으로 택했나.

“주식 투자는 곧 기업에 대한 투자다. 기업은 법인인데 말 그대로 사람처럼 여기는 것이다. 기업도 사람처럼 한 번 태어나면 쉽게 죽거나 망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믿음이 깔려 있다. 돈 벌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 기업들이 이런 절박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하고, 또 성장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주식은 변동성이 커 어렵지 않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 접할 때는 어렵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게 주식 투자다. 전업 투자를 시작하며 세상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게 됐다. 시장에 담겨있는 숨은 그림을 찾기 위해서다.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간 대로, 하락하면 하락한 대로 모두 사연이 있다. 어떤 뉴스 때문에 상승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어 떨어지는지 그 시장과 종목의 사연을 읽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딜 가든 항상 ‘투자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그날의 시장을 복기한다. 주가지수부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을 체크한다. 변동성이 큰 종목이나 기관ㆍ외국인이 많이 사고 판 종목은 그 이유가 뭔지 따로 정리한다.”

-계좌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주식 투자를 할 땐 ‘분산 투자’라고 해서 여러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하는데, 아예 계좌를 여러 개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계좌 하나는 리스크가 큰 종목에 투자하면서도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는 ‘단타 계좌’, 다른 하나는 인출할 걱정 없이 오래 투자할 수 있는 ‘장기투자 계좌’로 따로 운영하는 식이다. 현재 1년에 한 두 번 정도 주식을 사는 장투 계좌와 1~3개월 간격으로 운용하는 중기 투자계좌, 짧은 기간 매매하는 단타계좌 등 세 개의 범주로 나눠 10개 이상의 계좌를 관리하고 있다. 시장을 예측하기 힘든 불투명한 시기에는 장투 계좌는 과감히 현금화해 놓는 것이 좋다. 단기투자 위주로 운용한다. 시장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대형주 중심으로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다. 시장에 맞춰서 대응하고 수익이 나면 자산화하는 게 중요하다.”

-2,500%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다른데.

“지금은 저평가 종목을 사놓고 기다리는 장기 투자가 꼭 정답이라고 할 순 없다. 장기 투자한 펀드가 큰 수익이 나는 것은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시장이 팽창하던 시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럴 때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사서 들고만 있으면 실패하기가 더 어렵다. 지금은 세계 경제가 급변하고 산업 구조의 변화도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다양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업들도 대처하기 힘든 상황인데 일반 개인 투자자가 쫓아가기 더 힘든 것은 당연하다.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한번의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적은 돈으로 꾸준하게 자산을 키우고 돈을 지켜 나가는 식으로 투자해야 한다.”

-평소 ‘계절주 투자’를 많이 권하는 이유는.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라는 격언이 있다. 모자가 싼 겨울에 산 뒤 여름 성수기에 팔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선풍기나 육계 관련한 종목은 여름이 되면 오른다. 겨울이 되면 상승하는 종목들도 찾아보면 있다. 그런 계절 투자는 ‘재료’가 발생하기 한참 전 싸게 사 두고 계절이 다가오면서 주가가 상승하면 팔아야 한다. 올 여름이 더울 것으로 예상되면 6,7월이나 아니라 4,5월에 미리 주식을 사 놓아야 한다. 시장 자체도 계절성을 띤다. 연초부터 3월까진 지수 자체가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간 전망이 불확실하고 결산이 나지 않은 전년 실적에 대한 부담도 큰 시점이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4월부터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잠잠해지면서 주가가 상승한다. 가을과 겨울은 기관투자자가 이익을 실현하고 확정하려 하는 ‘수확기’인 만큼 조심해야 한다.”

-이미 연초부터 시장이 많이 상승했다. 지금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결국 미래 먹거리가 뭔지 고민해야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최근까진 반도체였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중국이 D램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수 년 후엔 우리 기술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공급자가 가격결정권을 가질 정도로 호황이었지만 다시 무게중심이 수요자에게 갈 수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결국 먹거리는 제약ㆍ바이오가 유망해 보인다.”

-바이오 업종은 거품 논란도 많다.

“전 세계 바이오 업종 자체가 많이 오른 상태다. 일부 고평가된 종목도 있지만 미래가치에 대한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는 이들이 의대로 진학했고 그 사람들이 지금 바이오업계를 이끌고 있다. 바이오에 돈이 쏠리는 시기다. 지금 관찰하고 있는 바이오 종목이 120여개인데 차차 대상은 압축될 것이다. 개별 종목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의 투자노트. 남 대표는 매일 장 종료 후 뉴스와 시황, 투자자들의 움직임, 관심종목 이슈 등을 노트에 빼곡히 기록한다. 박세인 기자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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