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중도층 공략에도 유용
민주당은 역풍 우려... 속도 조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발트해 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정상들과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라.”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트럼프 탄핵’ 카드가 핵심 선거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얘기가 아니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에서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가능성을 부쩍 입에 올리고 있다. 이른바 탄핵 위기론을 부각 시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정치적 안정을 표방하는 중도층을 포섭해 민주당 진영을 고립시키겠다는 다목적 포석이다. 탄핵 역풍을 노린 공화당의 역공에 민주당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공화당 주류 진영에서 트럼프 대통령 열혈 지지자들의 ‘트럼프 지키기’ 운동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스캔들 등에 따른 민주당 일각의 대통령 탄핵 움직임에 맞서 전개됐던 ‘반(反) 탄핵’ 카드를 중간선거 전략으로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대통령 탄핵은 시간 문제라는 위기감을 부채질하는 방법으로 ‘트럼프 흔들기’ 대 ‘트럼프 지키기’ 구도로 선거를 치르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NYT는 핵심 지지층인 집토끼 단속에 효과 만점이라고 평가했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투표로,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심판론이 부상하지만 여당 지지자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기 마련인데 선제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지난주 테드 크루즈(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11월 선거에서 보수주의자들은 투표하지 않았다”는 제목으로 뽑은 가짜 뉴스 영상을 튼 것 역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트럼프 지지단체들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2016년 대선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대본부장은 “열혈 지지자들이 아니어도 (탄핵 카드는) (이반 됐던) 공화당의 모든 구성원들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탄핵 카드는 중도층 공략에도 유용하다. NYT는 “정치적 안정을 갈구하는 중도층 입장에선 (탄핵 사태로) 2019년 대선을 또 치러야 하는 상황은 별로 내켜 하지 않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심판론보다 국정안정론에 힘을 실어주자는 논리다. 민주당을 나라 안팎의 산적한 현안은 도외시하고 오로지 탄핵만 부르짖는 국정 발목 잡는 세력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얘기다.

민주당도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아담 쉬프 민주당 하원 의원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는 뮬러 특검이 마무리되고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탄핵 논의를 삼가야 한다”고 속도 조절론을 폈다.

무엇보다 민생을 외면한 정치 세력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집권 대안 세력으로 면모를 과시할 기회조차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중도 성향 계층에 유리할 경우, 무조건 대립각을 세우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을 정도다. NYT는 “탄핵이 만약 정치적 도구로 전락해버린다면, 헌정 파괴에 대해 트럼프만큼이나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캠프에서 수석 전략가를 지냈던 데이비드 엑셀로드)”의 경고를 전하며 민주당도 탄핵 카드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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