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중단” 미국 반응
“모두를 위한 진전… 정상회담 고대”
트럼트, 2차례 트윗 통해 환영 메시지
“경제제재 해제 노린 선제적 조치”
참모 “유리한 협상 전략용” 경계
북한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 하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핵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발표한 데 대해 미국 조야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큰 진전”이라며 환영했지만 이어 백악관 내외의 신중론에 맞춰 “갈 길이 멀다”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뿐만 아니라, 경계심과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게 나왔다. 북한 발표가 기존에 개발한 핵무기 폐기는 빼고 동결에만 맞춰져 천차만별 해석을 낳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발표가 나온 지 한 시간여 뒤에 트위터에 “북한이 핵실험을 모두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 부지를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며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다.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며 환영 메시지를 띄웠다. 이어 약 5시간 뒤에도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메시지: 북한은 핵실험과 ICBM 발사를 멈출 것이다. 또한 핵실험 중단 서약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북쪽에 있는 핵 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다”며 북한 발표를 보다 상세하게 거론한 뒤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재차 의미를 부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기간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면 “엄청난 일” “세계적 성공” “역사적 순간” 등으로 기대감을 드러냈던 상황에서 북한의 발표가 나오자 즉각 호응한 것이다.

반면 백악관 참모들의 반응은 공개적으로 나오진 않았으나 사적으로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북한 발표가 백악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지만 핵무기 해체에 대한 직접 약속이 없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참모들은 미국이 정치적으로 북한의 요구를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상징적으로는 강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약한 양보를 내놓아 트럼프 대통령을 힘겨운 협상장에서 수세로 몰까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한 당국자는 현 상황을 ‘핵동결의 덫’(freeze trap)이라고 묘사했다. 선제적 동결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이 명분상 경제 제재 해제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덫을 놓았다는 것이다.

이런 백악관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이 지난 22일에는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에 관한 결론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일이 잘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만이 말해 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우린 아무 것도 내주지 않고 그들의 핵 포기 동의와 실험 중단을 이끌어냈다”라고 반박해, ‘트럼프표 협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 자체는 이어갔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던 전문가들의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발언을 보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는 이유로 핵무기 완성을 들고 있다”며 “더 이상 실험이 필요 없다는 의미이지 정치적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보는 데는 조심해야 한다”며 예비회담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발표가 ‘핵 보유국 인정’을 노린 것이란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이건 비핵화 성명이 아니라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성명”이라며 “누구도 북한을 믿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통해) 이에 동의한다면 북한은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합의를 여러 차례 어긴 전례에 비춰 북한 약속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정은 정권이 수십 년간 개발해온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겠느냐는 근본적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이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핵 실험을 버리고 경제로 기어를 돌리고 있다”며 우호적인 국제 환경을 조성해 경제 발전을 추구하려는 전략 변화로 분석했다. 집권 초기인 2012년 ‘인민이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북한 주민과의 약속에 근거한 것으로서 “경제 발전을 위해 다른 나라의 도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애덤 마운터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완벽하게 마무리 하지 못 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동결 선언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고, 참여과학자모임의 데이비드 라이트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런 선언은 분명히 그가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세계에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한다는 의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해 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레토릭으로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던 전문가들이 갑작스런 대화 국면에 당혹해 하며 브레이크를 걸려는 모습을 두고 비꼬는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비드 강 남가주대 교수는 트위터에 “전쟁하지 마! 그와 대화한다니 미쳤어? 너무 많이 줄 거야! 충분히 주지 않을 거야!..(중략) 실질적인 진전은 불가능해. 상징적 조치로는 충분치 않아! 아아아아”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상반된 목소리를 풍자했고 케빈 그레이 영국 서섹스대 교수는 이를 두고 “워싱턴에서 나오는 모든 입장의 간단명료한 요약”이라고 평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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