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일해도 대접 못 받는 현실
현행 최저임금법서 ‘차이’ 인정
‘생산성 70%’ 규정 ‘차별’로 변질
정부 “제도 개편… 임금 보장할 것”
청소용역업체 ‘그린환경’ 소속 발달장애인 직원 이주현(가명ㆍ가운데)씨와 민정수(가명ㆍ왼쪽)씨가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역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빗자루하고 걸레 다 챙겼어요. ‘빨리빨리’ 말고 ‘꼼꼼히’ 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쯤 서울 은평구의 5층 빌딩. 오후 청소를 담당하는 발달장애인 김명진(20ㆍ가명)씨가 구호처럼 혼잣말을 한 뒤 5층 계단 꼭대기에서부터 한 칸씩 비질을 시작했다. 쓸어내기 어려운 벽돌 조각은 일일이 손으로 집었고, 바닥에 들러붙은 껌은 주걱으로 떼냈다. 먼지를 쓸어내고 대걸레로 마무리하니 더러웠던 계단이 단숨에 깔끔해진다. 그러나 김씨는 쉬지 않고 바로 손걸레를 잡았다. 계단 손잡이까지 꼼꼼히 닦아야 김씨의 일은 끝난다. 1층까지 청소를 마친 김씨가 허리를 펴고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낸 시간은 오후 3시쯤. 이렇게 약 1시간 동안 일을 하고 나면 김씨는 10분 정도 쉰 뒤 다시 창틀이나 복도를 청소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청소용역사업을 운영하는 B직업재활시설에 입사했다. 비장애인 1명이 할 일을 동료와 함께 두 명이 나눠 하고 있지만 조금 느릴 뿐 결과물은 더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는 게 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김씨가 일하는 시간은 주5일 하루 4시간. 하지만 김씨가 이렇게 지난 달 21일을 꼬박 일하고 손에 받아든 돈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28만5,000원. 시급으로는 3,1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B시설이 김씨를 불법으로 착취하는 건 아니다. 김씨는 장애로 인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 ‘적용제외’ 대상. 현행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 또는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정하고 있다.

법이 이렇게 정하고 있는 이유는 있다. 임금에 근로능력 차이를 반영해 취업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낮은 임금일지라도 일자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법이 허용한 차이는 차별로 변질되어왔다. 장애인의 생산성이 비장애인의 70% 미만(작년까지는 90% 미만)일 경우 적용제외 인가를 받는데, 일단 제외대상이 되면 하한선조차 없기 때문에 고용주가 아무리 낮은 임금을 지급해도 합법이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조사결과 적용제외 장애인 중 30.6%가 월 20만원조차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가 지난해 11월부터 약 3달간 중증장애인 노동권 확보를 외치며 노숙농성을 한 이유다.

이런 제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은 물론 장애인 간의 차별로도 이어진다. 김씨와 동갑인 발달장애인 이주현(20ㆍ가명)씨는 매일 4시간씩 서울 을지로4가역 환승통로 계단을 청소하지만 현재 월 85만원을 받는다. 지난 1월부터 일을 시작해 경력은 김씨보다 짧은 편이지만 시급은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씨 역시 비장애인 1명의 일을 동료 두 명과 함께 나눠 하는 상황임에도 그렇다. 이씨가 적용 제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용한 일반 기업체 그린환경측이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상대적인 고임금을 주고 있는 덕이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로선 고용주의 ‘처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정부는 19일 발표한 ‘제5차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기본계획’을 통해 현행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중증장애인에게도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준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장은 “민ㆍ관 태스크포스(TF) 논의 및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할 적정임금을 만들고, 임금인상에 따른 고용불안은 정부가 고용촉진기금 등을 통해 보완할 계획”라고 설명했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2020년쯤에는 최저임금 적용제외제도에도 하한선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장애인 근로자들에 대한 공적 책임을 강화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장애계 역시 이번 발표를 환영하고 있다. 그간 장애인들의 줄기찬 외침을 외면해왔던 것에서 진일보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계가 원하는 수준까지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금도 고용장려금은 ‘장애인 고용유인 및 임금보전’ 용으로 지급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를 제 용도에 쓰지 않아 임금보전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다운 장차연 활동가는 “고용장려금이 지금처럼 기업에만 지급된다면 적정임금(하한선)이 생긴다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그것이 상한선이 될 수도 있다”며 “기금을 장애인 근로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용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증장애인 근로 시 발생하는 교통비등 부대비용을 위주로 직접지원 강화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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