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독수리의 학명과 영명은 모두 목덜미의 금빛 깃색에서 유래했다.

눈빛만 봐도 아찔한 맹금류가 있습니다. 고라니나 노루도 사냥하는 검독수리의 학명은 Aquila chrysaetos, 영명은 golden eagle(황금수리)입니다. 속명인 “Aquila”는 라틴어로 수리를 의미합니다. 고대그리스어에서 유래된 chrys-는 황금을, -aetos는 수리를 각각 뜻하죠. 황금수리라는 이 영명은 검독수리 뒤통수와 목덜미에 난 깃이 밝은 금색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독수리와 검독수리를 혼동하지만, 독수리는 주로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에 가까운 반면 검독수리는 어린 꽃사슴까지도 사냥하는, 말 그대로 ‘하늘의 제왕’이자 걸출한 맹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1급과 천연기념물로 지정ㆍ보호하고 있는 종입니다.

흔히들 검독수리와 독수리를 혼동한다. 검독수리는 eagle, 독수리는 vulture다. 검독수리는 스스로 사냥을 하고, 독수리는 죽은 동물을 주로 먹는 청소동물이다.

검독수리의 행동반경은 지역이나 먹이조건에 따라 크게 다양한데 20~200㎢에 달할 만큼 넓습니다. 날개를 펼치면 1.8~2.4m에 달할 정도로 몸짓부터 큽니다.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는 아종(종의 바로 아래 단계)의 하나인 A. c. japonica는 수컷의 경우 약 3.6㎏, 암컷의 경우 약 5.1㎏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맹금류가 그러하듯 검독수리도 암컷이 수컷보다 우월하게 큰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을 보이죠.

검독수리는 절벽에 나뭇가지를 이용해 둥지를 만든다. 암수는 일부일처를 평생 동안 유지하기도 한다.

이는 과거 육식공룡도 그러했을 것이라는 가설과도 같습니다. 일부일처제는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의 경쟁이 심하지 않음을 의미하기에, 수컷이 커져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죠. 또 암컷의 경우 아마도 알을 품기에 더 큰 개체가 방어에 유리했을 겁니다. 나아가 먹이공급을 담당하는 수컷은 많은 먹이를 구해야 하기에 큰 암컷이 접근할 수 없는 좁은 공간도 활용할 수 있도록 몸집 차이가 있다는 가설도 존재하죠. 사체를 채집하는 독수리보다는 먹이를 추적, 사냥하는 새매나 참매의 암수 크기차이가 현격하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파괴적 능력을 가진 검독수리의 발톱. 웬만한 동물은 그 심장까지 꿰뚫을 수 있다.

보통 넓은 고원개활지(높은 지대의 탁 트인 땅)나 산악지역에 서식하는 검독수리는 꿩이나 뇌조와 같은 대형조류에서부터 멧토끼, 양, 염소, 심지어 여우, 너구리, 늑대까지도 사냥합니다. 기록상으로는 400여종의 척추동물이 먹이로 활용된다고 합니다. 성인남성 악력(43~44psi)의 15배가 넘는 750psi 수준의 발가락 악력과 더불어 시속 240~320㎞에 이르는 낙하비행속도(보통 새는 시속 50㎞ 수준으로 선회 비행합니다)를 감안하면 그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덩치의 아이벡스 산양을 절벽으로 끌어당겨 사냥하는 영리함까지 겸비하고 있죠.

창공을 비행하는 검독수리. 일단 성장을 하면 땅과 하늘에서 거칠 것이 없다.

이 검독수리가 번식연령에 도달하려면 약 5년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태어난 새끼들은 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둥지는 주로 절벽에 짓는데 몇 년에 걸쳐서 보수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둥지가 2m에 이를 만큼 넓기도 합니다. 암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은 서로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이 경우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죠. 검독수리는 수년 혹은 평생에 걸쳐 그 짝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검독수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프리카 일부, 그리고 북미지역까지 넓게 분포하는 종이기에 번식은 비교적 다양한 시기에 이뤄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부터 2~4개의 알을 약 41~45일간 품으면 하얀 솜털에 싸인 새끼가 탄생하게 되는데요. 보통 먼저 부화한 새끼가 먼저 먹을 수 있어,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나중에 부화한 새끼는 먹이가 풍족하지 못할 경우 그 자신이 먹이가 되기도 하죠. 생후 약 60~70일 정도가 되면 온몸에 깃이 돋고 둥지를 떠날 준비를 합니다. 주변의 절벽이나 나무로 짧게 이동하다가 20일 정도가 지나면 드디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지난 2월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11발의 산탄총(탄환이 흩어지도록 발사하는 총)에 맞은 어린 검독수리가 발견되었다. 이중 3발은 머리에 박혔고, 전정기관의 영구적 장애를 일으켜 결국 안락사 되었다. 이 밀렵꾼은 윤리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모든 조류에게는 첫겨울 나기가 가장 어려운 과제죠. 많은 수의 검독수리도 겨울에 죽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소수의 어린 검독수리도 이 험난한 겨울을 버텨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난관이 있습니다. 먹이 부족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독극물에 의한 2차 중독, 셀 수 없을 정도로 깔린 고압전선, 그리고 밀렵이 있습니다.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최상위 포식자 검독수리가 우리나라를 찾아와 어이없는 이유로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생각해볼 점이 많을 듯합니다.(참고로 검독수리를 보호하면 그 이점이 다른 동물들에게도 적용되기에 ‘다른 종들이 비에 젖지 않도록 막아준다’는 뜻에서 검독수리와 더불어 반달가슴곰이나 황새를 ‘우산종’이라고 합니다.)

글ㆍ사진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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