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ㆍ김’ 사태로 꽉 막혀버린 국정 상황
靑,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여당과 내각, 공직사회 동력 회복시켜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남북정상회담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반드시 성과가 도출돼야 할 회담이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징검다리 회담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준비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정국 상황이 계속 꼬이는게 문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심에 선 이른바 ‘김ㆍ김’사태는 보수 진영의 기막힌 먹잇감이 됐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측근과 선거브로커의 만남, 대선 전후 댓글 조작 의혹 등을 표적 삼아 공세를 펴고 있다. 위치만 바꾸면, 그 외관 만큼은 과거 보수정권의 인사 참사나 권력형 의혹의 데쟈부다. 한국당은 천막 농성의 기세를 지방선거까지 끌고갈 태세다.

문 대통령으로선 속 터질 일이다. 국회 개헌안 처리는 ‘김ㆍ김’사태로 사실상 물건너 갔다. 청년일자리 추경예산안도 현재로선 국회 통과가 어렵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편도 오리무중이다. 미처리 민생 법안도 수두룩하다. 지방선거 전망도 장담할 수 없다. 혹, 모르고 있던 무언가가 ‘드루킹’ 의혹에 기름을 끼얹는다면 최악이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있다. 종전 선언과 비핵화 로드맵이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결과까지 봐야 한다. 그때까진 미완성체다. 회담 성과가 정국 반전 효과로 이어질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드루킹 의혹’은, 엄격히 말하면, 검경 수사결과를 지켜보면 되는 ‘사건’이다. 문 대통령에게 시급한 것은 국정 동력을 끌어올릴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중차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국정은 안과 밖, 외치와 내치가 순조롭게 호응해야 한다. 다음달이면 정권 출범 1년이다. 촛불 민심과 적폐 청산은 유효하지만 그것만으로 집권 2년차를 맞이할 수 없다. 정권 내부와 국정운영 방식ㆍ시스템 전반의 문제점 점검이 돌파구 모색의 출발점이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만기청람’(萬機靑覽)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개헌, 권력기관 개편, 일자리, 최저임금 등 큰 어젠다와 정책부터 심지어 국민청원까지 대소사를 청와대가 전면에서 챙기는데 대한 비판이다. 집권 초기,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운영 방향을 잘 아는 참모들이 국정운영에 적극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고 불가피하기는 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늘 맨앞에 서면 부작용이 따른다.

이미 여당인 민주당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국정을 주도하지 못한 채 청와대에 끌려다니고 있다. 청와대 뜻을 구현하는 정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당연히 대야 협상력이 떨어진다. 한국당이 늘 “청와대 나오라”고 소리치는 이유다. 여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회, 특히 대야 관계 회복이 절실하다. 첫 영수회담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

‘만기청람’은 정부 역할을 축소시키고 있다. 공직사회는 지금 청와대만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초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이 저조한데 대해 대통령이 질책하자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허둥지둥 현장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돌아온 건 영세상인들의 불만과 질책이었다. 정책 대응 방안이나 보완 대책을 내놓아야 할 공직사회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즉 최저임금 급격 인상을 주도한 청와대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과 태도가 공직사회에 팽배했다. 이런 현상들이 지금 정부 곳곳에서 감지된다. 적폐 청산에 따른 몸사리기이기도 하다. 공직사회가 자발적,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내줘야 한다. 그것이 청와대 역할이고, ‘책임장관’ 약속과도 부합한다.

능력이 부족하고 부처ㆍ업무 장악력이 떨어지는 각료는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정권과의 코드만 따질게 아니다. 전문적 경험과 식견을 갖췄다면 국리민복 차원에서 발탁 범위를 넓혀야 한다. 문 대통령 지지율 70% 중 30%포인트 정도는 중도 성향 국민이다. 이들의 정책 만족도를 높여야 국정 동력도 강화한다. 집권 2년차의 과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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