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이슈는 자동차도 첨단기술도 아닌 콩이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성으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중국산 자동차도, 미국산 첨단 정보기술도 아닌 1차산업의 산물 콩(대두)이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지지층 중 하나인 미국 중서부 농업지역을 겨냥해 정치적인 의도로 콩에 대한 25% 관세를 예고했다. 그러나 중국의 콩 관세 부과는 미국에 타격을 주는 것을 넘어 전세계적인 나비효과를 부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콩 수요는 전세계에 걸쳐 늘고 있고 생산자들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콩 전쟁에 최대이득을 보게 된 것은 미국과 더불어 양대 콩 생산국인 브라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국이 미국산 콩에 보복 관세를 예고한 이후 브라질산 콩의 단기수입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 콩선물 가격(부셸당 약 10달러)보다 최대 2달러 높은 가격까지 치솟았다. 반면 미국산은 0.9달러 높은 수준에 그쳤다. 중국 수입업자들이 대거 브라질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오래 전부터 브라질산의 수입 비중을 조금씩 늘려 왔다. 전세계 콩 수출액은 미국이 여전히 1위지만, 중국이 수입하는 콩 가운데는 브라질산의 비중이 더 높다. 중국 농업부는 10일 콩 공급에 관한 첫 공식 입장에서 “단기간 대두 공급에 문제는 없다”라며 “중국으로 들어오는 콩의 최대 생산지는 남미”라고 강조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콩을 수입하면 되니 무역전쟁이 일어나도 타격이 적을 거라는 얘기다. 미국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인 2016년 무역전쟁을 각오한 중국이 콩 금수조치로 미국에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미국산 콩도 갈 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콩 수입 진영 중 하나인 유럽이 미국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농무부는 미국산 콩 45만8,000톤이 공개되지 않은 국가로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는데, 수입자 가운데 일부는 네덜란드나 독일에 있는 콩 가공업체로 확인됐다.

프라이스퓨처 그룹의 분석가 잭 스코빌은 이를 두고 “무역 구조의 재편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닌 유럽 수입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미국산에 이끌리면서, 중국의 브라질산 콩 수입 비중이 증가하고 대신 유럽은 미국산 수입 비중이 늘어나는 연쇄반응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콩은 국제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상품 중 하나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FAO)는 콩의 국제무역량이 2013년 2,760만톤에서 2050년 3,900만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콩 수요가 급증하는 원인은 육류 소비 증가다. 육류를 공급하려면 가축을 많이 길러야 하고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는 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인구가 많고 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레 콩 수요가 늘어난다. 특히 중국은 급증하는 콩 수요를 자국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전체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산 콩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콩 무역 전체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2017년 기준 콩 무역에서 전세계 수입의 62%를 차지하는 중국과 수출 41%를 차지하는 미국 사이에 거대한 장애물이 생기면서 가격 상승과 생산량 및 무역규모 축소가 뒤따르게 된다. 미국산 콩 수출로의 대안이라는 유럽연합(EU)의 총수입량은 중국 수입량의 5분의1도 안 된다. 3월 29일 미국 농무부가 농부들을 조사해 발표한 2018년 농업 생산계획에 따르면 콩 경지면적은 전년에 비해 1% 줄게 됐다. 전세계에서 콩 수요가 급등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지면적 축소 소식은 예사롭지 않다.

중국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투자전문기업 버티컬 그룹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중국이 결국 미국산 콩 수입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경제 개선으로 고기 소비가 날로 폭증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의 콩 생산량만으로 가축 먹이를 충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콩 농사 처음 지은 중국이 왜 콩 수입국?

20세기 초만 해도 콩 농사의 본산이자 세계 최대 수출국이던 중국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일본의 침략을 받아 수출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 특히 콩의 최대 생산지였던 만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대신 육류 소비가 많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콩 생산에 나서면서 1940년대에 이미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1970년대에는 브라질 등 남미가 전략적으로 콩 생산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미주 지역의 콩 수출량은 1956년에 이미 아시아를 넘어섰다.

중국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콩의 자급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콩보다는 쌀 생산량을 늘리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육류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콩 수요가 예상을 훨씬 초과하자 수입을 미국과 남미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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