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전세계 정보기술(IT) 업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장면이 연출됐다. 메인 전시장의 절반을 점령한 화웨이가 최신 통신장비와 칩세트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응용 디바이스를 공개하며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독보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드러낸 것이다. 특히 내년 초 예정된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화웨이는 주력 부문인 통신장비사업에서 라이벌 기업들을 멀찌감치 추월하며 5G 시대의 유력한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웨이는 2013년 이후 중국의 대대적 LTE 네트워크 투자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웠고 유럽 등에서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20%가 넘는 매출 증가를 기록한 데 이어, 5G 시대 진입에 따른 중국의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발판으로 향후 3, 4년간 또 한번 가파른 성장을 이룰 것이 확실시된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도입이 늦었던 4G와는 달리 5G에서는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열성적이다. 화웨이와 손잡은 세계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우러져 투자 규모나 기술확보 측면에서 확연히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지난달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5G 상용화 및 최강국 도약을 위해 민관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 공식화되자 후발 통신사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 역시 선두 업체들 못지않게 5G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G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고려하는 것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선ㆍ후진국과 무관하게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인 분위기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글로벌 통신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통하는 국내에서도 SK텔레콤과 KT가 기존 입장을 바꿔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기술적으로 앞서가면서도 기존 유럽산 장비와 비교해 30~40% 저렴한 가성비가 강점이다. 각국의 통신사들에게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다만 최근 미국에서 노골적으로 화웨이 제품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중국 업체가 내재한 한계로 꼽힌다. 중국과 경쟁적 관계인 일본 인도 대만 등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움직임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단기간에 해결이 될 수 있는 가벼운 이슈는 아니다. 만회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는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란 무기를 앞세운 화웨이의 더욱 치열한 행보가 예상된다.

양승우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