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거치지 않고 발행 땐
실시간 확인 시스템 없어
장 종료 후 청산ㆍ결제 시 점검
전자등록 실물ㆍ일련번호 없어
유령주식 여부도 판단 힘들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 참석한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로 이른바 ‘유령주식’이 증시에서 대량 매매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현행 주식거래 시스템은 이러한 가짜 물량의 유통을 막기는커녕 유입 사실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조차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처럼 가짜 주식 규모가 커서 이상 징후가 금세 드러났거나 사고를 일으킨 증권사가 자진해서 물량 회수에 나선 경우가 아니라면 유령주식이 장기간 버젓이 사고 팔릴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10일 한국거래소(거래소), 예탁결제원(예탁원)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현행 주식시장은 미등록 주식 유통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우리사주에게 주식 배당을 하려면 예탁원에 발행 주식을 등록하고 우리사주 관리 기관인 한국증권금융에 주식을 예탁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증권사가 해당 절차를 건너뛰고 전산상으로 발행주식 수를 늘리는 경우엔 이들 기관이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령주식이 시장에 풀릴 때도 증시 운영 기관들은 즉각 알아채지 못한다. 거래소와 예탁원 모두 발행주식 총량의 변화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처럼 주가가 급변동해서 거래소의 변동성완화장치(VIㆍ주가 급변을 막으려 2~10분 간 단일가매매로 전환)가 자동 발동되거나 특정 계좌에서 대규모 주식 거래가 이뤄질 때 모니터링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중에는 일반 주식거래와 대차거래(주식을 빌려서 하는 거래)가 동시에 이뤄져 실시간으로 전체 주식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예탁원 관계자도 “주식이 투자자 계좌에 등록돼 거래되기 시작하면 정상적인 증권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주식 진위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주식에 식별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상법에 규정된 주권(종이주식) 불소지 제도와 관련 있다. 이는 종이 주식은 잃어버리기 쉬운 터라 실물 주권을 없애거나 주식을 전자등록 해도 소유권을 인정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채권과 달리 주식은 별도의 일련번호가 부여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달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주식 중 불소지 비율은 93.5%에 달한다. 예탁원 관계자는 “모든 주식에 일련번호가 부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식은 종목코드로만 인식돼 거래된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결제원, 각 증권사가 매일 장 종료 후 청산ㆍ결제 작업을 하지만 여기서도 유령주식을 잡아내긴 힘들다. 상장사별 발행주식 총량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당일 거래된 주식 수량과 각 증권사가 보유한 주식 총량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거래계좌를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렵다”며 “특정 주식의 하루 거래량이 총 발행량을 넘는다고 해도 일부 지분이 활발하게 매매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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