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관련서적 5권 낸
‘세월호 작가’소설가 김탁환
4주기 맞아 새로운 여정 시작
전국 고교 10곳 학생들 찾아가
‘어떻게 기억하는지’ 듣기로
김탁환 작가는 숨진 김관홍 잠수사가 주인공인 ‘거짓말이다’를 비롯해 세월호 책 5권을 냈다. 그는 “김 잠수사 덕분에 시야 제로인 심해에서도 무엇인가를 찾아 함께 머무는 법을 배웠다. 손을 뻗어 만지면서 머릿속으로 그려 볼 것. 그리고 끌어안을 것”이라고 소설 속 작가의 말에 썼다. 서재훈 기자

“얼마나 절실하게 질문을 던지는가가 중요하다”는 문장으로 김탁환(49) 작가의 단편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2017∙돌베개)는 출발한다. 책은 고통에서 서로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문학을 하는 세월호의 사람”(문학평론가 김명인 인하대 교수)이라 불리는 김 작가가 낸 세월호 책 다섯 권 중 다섯 번째 책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과연 절실한, 참된, 충분한 질문을 던졌는가. 세월호 참사 4주기에 다시금 마주할 질문이다. 김 작가가 그 답을 찾으려 새 여정을 시작한다.

김 작가는 5월 1일 서울 해성여고, 2일 중앙고를 시작으로 전국의 고등학교 열 곳을 다니며 학생들과 세월호 참사를 이야기한다. 그날 아침 깔깔거리며 세월호에 올랐을 아이들, 영원히 ‘단원고 아이들’로 남을 아이들을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기억하는지 듣고 싶어서다. 그렇게 많이 쓰고도 왜 여전히 세월호인가. 촛불로,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교체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음이 실증된 것 아닌가. 다시 말해, 문학이 시급하게 할 일이 남아 있는가. 얼마 전 김 작가를 서울 합정동 카페에서 만나 물었다.

-학생들을 왜 만나려 하나요. 무슨 이야기를 할 건가요.

“결국 불행이 주제가 되겠죠. 모든 인간은 불행해지는데, 나는 어떤 불행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엄청난 불행을 나는 어떻게 감당할까를 함께 상상해 보는 거예요. 세월호 아이들에게 감정이입 해 보는 거죠. 고통과 상처를 되새겨 누군가를 자라게 하는 게 소설의 역할이에요. ‘어떤 아이가 불행해하면 손 잡고 안아 줘라. 혼자 두지 말아라. 그럼 네가 그 아이를 살리는 거다.’ 그런 이야기까지 넓혀 보고 싶어요. ‘아름다운 그이는…’도 세월호와 연결된 사람들을 김관홍 잠수사처럼 혼자 남지 않게 하려고 썼어요(장편소설 ‘거짓말이다’(2016∙북스피어)의 주인공 김 잠수사는 김 작가가 퇴고하는 동안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희생자들의 사연도 들려줄 거예요. 304명이라는 희생자 크기를 강조하는 것보다 희생자, 생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나누는 게 의미 있으니까요. 인간 대 인간으로 학생들을 만날 겁니다.”

2016년 11월 '단원고 416 기억 교실'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수 진영은 ‘세월호 피로’를 이야기해요. 밝혀지지 않은 ‘거짓말’들이 아직 많다고 보나요.

“진상 규명은 제대로 시작도 못 했어요. 초기 자료, 증언 같은 것들이 뒤엉킨 탓이죠. 또 선체를 인양하기도 전에 재판이 끝나버렸잖아요. 저는 이 상황을 ‘뒤엉킨 참혹함’이라 불러요. 뒤엉킨 것들을 제대로 펼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 작업이 최소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채로 올라온 세월호의 모습이 우리 안의 모습이에요. 우리가 그런 상태라는 걸, 세월호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해요. 몇몇 정치인을 비롯해 ‘내 마음은 쌈박해. 내가 정리해 줄게’라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 마음만 쌈박한 거예요. 한번도 자기 마음이 뒤엉켜 본 적 없는 거예요.”

-‘사고로 죽는 사람이 한둘이야?’ 그런 매정한 반응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외면해버리는 거죠. 제주도를 걷다 보면,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은 거의 예외 없이 4∙3 학살이 일어난 장소예요. 숲이 깊으니 거기로 데려가서 죽인 거예요.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가장 아픈 것이 함께 있는 게 우리 역사인데, 그 중 하나만 보려 하는 겁니다. 단원고 2학년 교실에 몇 번 가 봤거든요. 희생자 책상에 꽃을 올려 뒀는데, 어떤 교실에는 책상 서너 개 빼고 전부 꽃이 놓여 있었어요. 그런 기막힌 장면 앞에서 인간이라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김탁환 작가의 세월호 책. 왼쪽부터 장편소설 '거짓말이다', 단편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산문집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
-세월호에 대해 또 쓸 건가요. ‘세월호 작가’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나요.

“어쩔 수 없죠. 올해로 등단 22년 차예요. 소설 써 줘서 고맙다는 말은 ‘거짓말이다’로 처음 들어 봤어요. 쑥스러웠어요. 제가 세월호 작가로 불릴 만한 그릇이 못 되는 게 걱정스러울 뿐이에요. 세월호에 대해 쓰면서 소설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게 됐어요. 사람들이 오직 어렴풋이 아는 것, 예컨대 슬픔의 무게, 절망의 깊이 같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죠. 사회소설을 계속 쓸 생각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저의 ‘생애 사건’이에요. 평생 함께 갈 것 같아요.”

-왜인가요.

“지금은 모르겠어요. 그걸 분명히 알면 소설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중요한 사건, 사람인 건 알겠는데 왜,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있죠. 문장으로 쓰면서 곱씹어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을 지나고 나면 몇 마디는 할 수 있게 돼요. 저는 그 과정을 아직 지나고 있는 듯해요. 장편소설 작가들이 원래 좀 느리거든요. 세월호 참사가 대체 왜 벌어졌는가를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소설이 언젠가 나와야 해요. 제가 쓰든, 다른 작가가 쓰든, 시간이 걸리겠죠. 사회소설은 작가 역량만으로 써지는 게 아니더군요.”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황수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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