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저작권 보호 피로감에 공유 인식은 부족
저작물 2만건 수집해 디지털화 완료 계획
김훈 이어 박경리 선생 손글씨 기증 받기로
유명인 기증 문화도 계속 확대할 것

“저작권 기증은 그동안 오프라인 서명을 통해서만 가능했습니다. 절차를 좀 더 쉽게 만들어 저작권 나누기가 활성화되도록 올해 전자서명 솔루션을 도입해 온라인으로 간단히 저작권을 기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좀 더 쉽게 저작권을 기증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온라인 서명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상순 선임기자

임원선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저작권은 보호와 공유가 양 날개처럼 움직여 지탱해야 하며, 저작권 나누기가 활발해지도록 기증과 이용허락표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_저작권 공유는 왜 필요한가.

“저작물은 많이 쓰일수록 사회가 풍요로워진다. 저작권법 제1조에도 ‘저작권 보호는 창작을 활성화하고 보급을 활성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명기되어 있다. 하지만 저작권이라 하면 보호할 대상으로 여겨왔고, 상대적으로 저작물이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보호와 이용 활성화 사이에 연결고리가 필요하고 저작권 나눔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_우리는 왜 저작권 공유가 잘 이뤄지지 않는 건가.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민간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 해외에선 민간이 저작권 공유를 주도하고 정부는 뒷받침하는 식으로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1980년대 말부터 30년 동안 법이나 제도를 통해 저작권 보호의 수준만 가파르게 강화되다 보니 저작권 자체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 거부감이 커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정작 저작권을 공유하려는 이들도 방치됐다. 특허, 상표는 등록해야 권리가 생기는 반면 저작권은 자동으로 완성된다. 내 저작권을 널리 쓰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조차도 제때 해주지 못했다.”

_민간이 주도적으로 나서게 하려면 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저작권 공유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 크리에이티브커먼즈라이선스(CCL) 사업을 적극 추진하려 한다. 저작권 보호를 원치 않은 저작자가 일일이 기증 절차를 밟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자신의 저작물에 저작권 보호와 관련한 의사를 직접 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표시가 붙은 저작물을 이용자가 쉽게 찾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호기간이 끝났거나 기증된 공유저작물을 누구나 검색해서 내려 받을 수 있는 공유마당(gongu.copyright.or.kr) 확대에도 힘 쏟고 있다. 다른 사람이 기증, 기부한 저작권을 활용해보면 자신 또한 저작권을 나누는 데 동참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개인 소유로 사장될지 모를 가치 있는 저작물을 발굴, 수집하는 ‘국민저작물 보물찾기’ 사업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는 저작권 만료(저작자 사후 70년)가 된 자료 2,000건, 방송 콘텐츠나 품질이 뛰어난 저작물 2만건을 수집해 디지털화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에 저작권 기증하는 방법. 강준구 기자

_사회 저명인사들의 저작권 기증도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유명인의 저작권 기증은 저작권 공유 문화를 일상화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한다. 위원회도 지난해 소설가 김훈씨로부터 손글씨 서체를 기증받았고, 폰트로 개발해서 네이버와 한글과컴퓨터를 통해 누구나 쓸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는 각급 학교 교사들이 예쁜 글씨를 찾으려다 자신도 모르게 저작권법을 어겨 소송당할 위기에 처하고 끝내 합의금을 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부족하지만 대안적으로 쓸 수 있는 글씨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이 기증 프로젝트의 반응이 좋아 대상을 확대하려 한다. 외부 저명인사들로 ‘국민손글씨선정위원회’를 꾸렸고, 박경리 선생님의 손글씨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최근 유족과 협의를 마쳤다. 전국의 여러 사진작가가 릴레이 저작권 기증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저작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_오픈소스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저작권 침해나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오픈소스소프트웨어는 유용한 자원이지만 자료가 방대하고 이용 조건도 다양해서 잘못하면 송사에 휘말릴 수도 있다. 저작권 비교ㆍ분석ㆍ검사를 위해 자체 개발한 ‘코드아이’의 기능을 강화하겠다. 대기업은 자체 비용으로 소스코드의 저작권 위반 여부를 살필 여지가 있지만 중소 영세기업은 그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코드아이를 통해 도움을 얻게 할 것이다. 또 개발자와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에 대한 컨설팅과 전문 교육도 늘려갈 예정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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