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외국 음식 먹어봤니?] 프랑스 가정식 요리

버터ㆍ돼지기름 등 오일도 제각각
같은 프랑스 요리도 지역별 편차
크림ㆍ치즈 발달한 알프스풍 요리
사슴 테린ㆍ송아지 스튜 이국적 맛
프랑스-독일 접경 알자스 전통 음식
타르트 플람베는 나눠 먹는 재미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에 문을 연 플람스 비스트로에서 선보이는 사과 플람스. 플람스는 밀가루 반죽으로 얇게 도우를 만들고 그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내는 프랑스 음식이다. 잇쎈틱 제공

일년에 한번 3월 셋째 주, 전 세계적으로 ‘구드프랑스(Goût de France)’ 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3월 21일로, 이날은 전세계 150개 프랑스 대사관과 프랑스 정통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3,000곳이 프랑스 음식을 함께 즐기는 프랑스 미식 축제날이다. 2010년 프랑스요리가 유네스코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프랑스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재조명되었다.

솔직히 우리에게 프랑스 음식은 다소 부담스러운 이미지가 있다. 정장을 차려 입고 어두운 노랑 조명아래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조용한 레스토랑에서 어느 포크를 먼저 써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물론 이렇게 고급스런 파인다이닝도 프랑스의 식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인도 매일 이런 곳에서만 식사를 할 순 없다. 이번 구드프랑스에서 주한 프랑스대사는 프랑스 음식이 부담스러운 음식 보다는 편하게 즐기고, 쉽게 다가가는 음식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에 다양한 외국음식이 들어오면서 프랑스 고급요리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런 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수 있는 캐주얼한 식당들이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 길을 지나면서 비스트로(Bistro)라는 이름이 붙은 레스토랑들을 종종 볼 것이다. 비스트로는 음식이 코스로 나오는 파인다이닝 보다는 단품 요리로도 식사가 가능한 가정식 요리를 주로 하는 곳들이다. 프렌치 비스트로가 곳곳에 생기면서 더 이상 우리는 프랑스 요리 앞에서 작아지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더 좋은 건 이런 비스트로들은 프랑스 각 지역에서 온 셰프들이 자신들의 고향요리를 맘껏 뽐내기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연남동에서 만난 알프스 산골의 요리
서울 마포구 연남동 앙프랑뜨 비스트로의 사슴고기 테린. 프랑스 동쪽 사부아 출신의 셰프가 알프스의 맛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잇쎈틱 제공

한국에서 전라도 음식 하면 젓갈, 강원도 음식 하면 메밀전병 혹은 감자떡이 떠오르듯 프랑스도 각 지역마다 대표하는 음식이 다르다. 프랑스 하면 파리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적어도 음식에서는 각 지방들이 서로 다른 지형, 기후의 영향을 받아 형형색색의 다양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주변에 동북쪽으로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가, 남쪽으로는 스페인이 인접해 있어 주변국들이 음식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사용하는 기름만 해도 천차만별이다. 프랑스 남서쪽 지방은 오리기름을 주로 사용하고, 북동쪽은 돼지기름, 북서쪽은 버터, 남동쪽은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한다. 한번은 프랑스 음식을 주제로 진행했던 토크쇼 ‘씨네맛’에 참여한 두 프랑스 셰프가 각자 자기 고향에서 사용하는 기름을 가지고 경쟁하듯 찬사를 늘어 놓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프랑스 하면 아름다운 설경의 알프스 산맥을 빼놓을 수 없다. 요들송을 부르는 하이디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양떼와 뛰어 노는 곳. 이제 여기까지 비행기로 날아가지 않아도 알프스 산맥의 사부아 지방과 와이너리로 유명한 알자스 지방의 프랑스 동부지역 요리를 맛 볼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앙프랑뜨(L’Empreinte)와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근의 플람스 비스트로(Flams’s Bistro)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한 거리 중 하나인 연남동 경의선숲길, 일명 연트럴파크에 자리한 앙프랑뜨에선 그레고리 드프레즈 셰프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알프스 산골의 요리들을 맛 볼 수 있다. 프랑스 동쪽 지방으로 이탈리아와 국경을 마주한 사부아 지방 샹베리 출신인 드프레즈 셰프는 올해로 경력 18년의 베테랑 요리사다. 2년 전인 2016년 4월 불어전문통역사인 문연진 대표와 함께 프랑스 문화를 맛있게 전해보고자 그들만의 레스토랑을 연남동에 열었다.

앙프랑뜨 비스트로의 송어 필레 요리. 송어 필레 위에 샬롯 콩피, 구운 호두, 샤르트뢰즈 크림 소스를 끼얹었다. 잇쎈틱 제공

앙프랑뜨는 지문, 흔적, 족적이란 뜻으로, 한국에 프랑스 식문화의 인상을 제대로 심어주고자 하는 셰프의 철학이 담긴 이름이다. 그는 여러 입맛에 휘둘리기 보다는 자신의 고향 알프스의 맛을 그대로 전하려 한다. 추운 산악지방에 맞게 몸의 체온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크림, 치즈, 감자, 베이컨 등 진한 맛의 재료들이 이곳의 특징이다. 산속의 동물을 사냥해서 먹었던 전통으로 사슴, 토끼, 꿩 등 사냥고기(game meat)를 이용한 요리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사슴 테린(Terrine de cerf)은 고기를 작은 조각으로 잘라 견과류와 함께 사각 테린 틀에 넣어 오븐에 익힌 뒤 무거운 물건을 올려 모양을 잡는다. 단단하게 모양이 만들어지면 1㎝ 정도로 슬라이스해서 크랜베리 소스와 함께 먹는다. 사슴고기에 대한 낯선 거리감은 예상 밖의 부드러운 고기와 간간히 씹히는 헤이즐넛의 고소함으로 무장해제 된다.

앙프랑뜨에서 새로운 음식에 대한 도전은 호기심으로 시작해 즐거움으로 마무리된다. 송아지 블랑켓 (Blanquette de veau: Veau는 송아지, Blanquette는 흰색이란 뜻)은 하얀 소스의 송아지 스튜이다. 원래는 구워먹고 남은 송아지 고기를 야채와 함께 스튜로 끓여 먹는 데서 유래되었다. 앙프랑뜨에서는 송아지 블랑켓이, 얇게 자른 감자를 우유에 넣고 오븐에 구운 그라탕 도피누아(gratin dauphinois)와 함께 곁들여 나온다. 추운 날씨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을 것이다.

앙프랑뜨 비스트로의 송아지 블랑켓. 구워먹고 남은 송아지를 야채와 함께 스튜로 끓여 먹는 데서 유래했다. 잇쎈틱 제공
사슴 테린, 송아지 스튜… 거리감 무장해제 돼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에 새로 터를 잡은 플람스 비스트로는 들어가는 순간 긴 뿔을 고고하게 자랑하는 두 개의 하얀 사슴 석고상이 제일 먼저 눈에 띤다. 같은 모양의 사슴이지만 하나는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를 또 하나는 프랑스의 ‘보쥬산’을 뜻한다.

플람스 비스트로는 독일의 남서쪽과 맞닿아 있는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대표적인 음식인 타르트 플람베(Tarte Flambée)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타르트 플람베는 과거 프랑스에서 화덕에 장작으로 불을 지피던 시절, 밀가루 반죽을 화덕에 올려놔 구워진 정도로 화덕의 온도를 재었던 선조들의 지혜로 탄생된 음식이다. 장작 화덕에서 직접 구워낸 타르트(빵), 라는 의미로, 프랑스어로는 타르트 플람베, 독일어로는 플람쿠헨(Flammkuchen)이라고 불린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그 위에 치즈 혹은 크림, 양파, 라돈(lardonㆍ돼지고기에 지방이 많은 부분을 염장한 것) 등을 올려 만드는데, 다양한 치즈가 생산되는 알자스 음식인 만큼 치즈의 종류에 따라, 혹은 올리는 토핑에 따라 타르트 플람베의 모습은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달콤한 과일이 올라가 아이스크림과 함께 하면 완벽한 디저트가 되기도 한다.

현재 플람스 비스트로에서는 에멘탈 치즈, 까망베르 치즈, 블루 치즈, 뮌스터 치즈, 페타 치즈, 고트 치즈를 비롯하여 18가지 타르트 플람베를 즐길 수 있다.

플람스 비스트로에서 선보이는 치즈 요리 라끌레트. 타르트 플람베뿐 아니라 치즈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즐길 수 있다. 잇쎈틱 제공

원래 유럽의 식문화에서는 한국의 밥상처럼 여러 가지 반찬을 서로 나누며 먹는 문화가 없다. 그런 면에서 타르트 플람베는 조금 더 우리의 정서와 가깝다고 할까? 큼지막하게 구워 나오는 한 판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 여럿이서 한 조각씩 나눠 먹을 수 있어 정이 느껴진다. 알자스의 대표적인 리즐링 화이트 와인 한 잔과 가볍게 즐기면 따뜻한 봄볕 아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플람스 비스트로는 프랑스인 수피앙 미지웃 셰프와 독일 남서부 출신 메츠텐 투르만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투르만 대표의 영향으로 프랑스 음식뿐 아니라 독일 요리도 같이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맛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먹는 것은 일상이고 생활이다. 생활 환경과 자연 환경에 따라 사용하는 재료와 요리법은 새로 생겨나고 또 진화한다. 결국 이것이 음식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다. 음식을 이해하는 것은 곧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먹는다는 것은 경험이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외국 음식을 나라별로 분류하면 약 45개국에 이른다. 우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타드샘플잇츠’를 통해 이 식당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맛있다, 맛없다 평하기 보다는 공통점을 찾으며 새로운 문화에 대한 친근함을 만들고 다른 점을 찾아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어제 먹었던 프랑스 음식도 오늘 또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타드 샘플ㆍ박은선 잇쎈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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