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치자금 모금 급증
분기별 전년 대비 최고 10배
삼성전자 미주법인 직원들이 결성한 정치활동위원회(PAC) 홈페이지.

‘삼성은 미국 기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및 집행유예 석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미 투자 압박 등 지난해 이후 삼성전자를 둘러싼 정치환경이 급변하면서 삼성전자 미국 법인의 현지 직원들이 회사를 ‘정치적 외풍’에서 지켜내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본사의 대미 로비활동과는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미국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4일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주법인의 미국인 직원들이 개설한 ‘삼성아메리카 정치활동위원회(Political Action CommitteeㆍPAC)’의 2017년 이후 분기별 모금액이 전년 대비 최고 10배 이상 급증했다. 대선 전이 한창이던 2016년 3분기에도 5,542달러였던 모금액이 2017년 이후에는 3분기 2만4,000여달러, 4분기에는 5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이에 따라 2016년말 3만1,444달러(3,300만원)였던 누적 모금액이 올해 2월말에는 15만5,627달러(1억6,500만원)로 불어났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2015년 10월 한국계 기업의 미국 법인으로는 최초로 PAC를 개설했다. PAC란 미국에서 기업 직원이나 노조, 시민단체 등이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정치인을 후원하기 위해 결성하는 단체로, 미국 FEC의 철저한 관리 하에 있으며 입출금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된다. 기부 자격도 철저히 미국인으로 제한된다.

삼성아메리카PAC의 모금액 급증과 관련, 삼성 관계자는 “미국 현지직원들의 독립적 활동으로 자금 모금과 집행은 한국 본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금액 급증 시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지 투자를 종용하고 한국에서는 이 부회장이 사법 처리되는 등 삼성전자로서는 정치적 격변기였던 만큼 회사를 외풍에서 지키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다국적 회사로 변화하면서, 현지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자신들이 지켜야 할 미국 회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아메리카PAC은 정치자금 집행에서도 삼성의 미국 내 이익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1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선거 나설 헨리 맥매스터 현 지사 선거본부에 2,700달러(약 285만원)를 보낸 게 대표적이다. 공화당 소속인 맥매스터 지사는 지난해 8월 출마 의사를 밝혔고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을 받은 인물이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맞춰 지난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새 가전공장을 설립한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명실상부 미국인들이 고용된 ‘미국 기업’임을 분명히 하는 행보인 셈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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