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낭떠러지에선 말고삐 잡아채야”
“악랄한 일방주의에 합리적 반격”
쇠고기ㆍ자동차는 보복관세 제외
“협상 여지는 남겨뒀다” 평가도

중국이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미국 때리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패권 경쟁의 전초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의를 다지면서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중국이 선제 공격을 하는 건 아니어서 확전보다는 타협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3일 논평을 통해 전날 중국 정부가 단행한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최대 25% 보복관세 부과 조치를 적극 두둔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이 미국산 128개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대한 대응이자 경고”라며 “미국이 보호주의 행보를 계속하면 중국은 반드시 대등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이날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경고성 외교 수사인 ‘낭떠러지에 이르러 말고삐를 잡아채야 한다’(懸崖勒馬)는 표현을 사용해 미국을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은 미국의 악랄한 일방주의 행태와 달리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선례후병(先禮後兵ㆍ먼저 예의를 지키고 후에 공격한다)의 합리적인 반격을 했다”고 강조했고,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은 1930년대 세계 경제가 보호주의로 인해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변학자들도 일제히 미국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리빙(李氷) 중국국제무역학회 전략연구센터 공동주석은 “미국은 일부 국가의 철강 관세를 면제함으로써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미국이 보호주의 고집을 피운다면 아픔을 느끼도록 또 다시 반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옌성(張燕生)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면서 “중국의 반격 수단에는 대두와 자동차 등도 포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11일 하이난(海南)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 3년만에 참석하는 것을 두고도 미국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가 중국의 개혁ㆍ개방 40주년이란 명분을 활용해 ‘자유무역 전도사’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주의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중국이 미국 압박에 맞대응은 하되 전면전을 원하진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술로 무역전쟁에 임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폭탄 공격에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산 대두나 쇠고기, 자동차 등은 보복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홍콩 명보(明報)도 중국이 27조달러 규모의 지불결제시장 개방을 검토하고 지적재산권 보호 조치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들어 “미국이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은 이 때도 국지전으로 대응하면서 대타협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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