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만난 입양가족모임 '물타기연구소'의 정은주(왼쪽부터), 홍지희, 조혜숙씨. 이들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입양 용어 재정립, 반편견 입양교육 내실화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전통적 유교사상에 물들어 혈연중심의 가족제도를 중심으로 하는 우리사회에서 입양에 대한 이미지를 단기간에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입양가족과 전문가들은 언어에 담겨 있는 부정적 의미부터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일단 입양특례법에서 입양아동을 낳아준 사람을 ‘친생부모’, 기르는 사람을 ‘양친’으로 칭하고 있는데 이를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양을 하게 되면 친권은 입양부모가 갖기 때문에 낳아준 이는 ‘친생부모’ 대신 ‘생부모’가 적합한데 법적 용어부터 편견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아동의 입장에서 누구를 부모로 여기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며 “문서상 특별히 입양여부를 구분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현재 가족을 부모, 자녀로 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입양인 뿌리 찾기’ 사업 용어에도 편견이 담겨 있다. 생부모를 찾고 싶은 입양인이 중앙입양원이나 입양기관에 입양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생부모 동의를 얻어 상봉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입양가족 입장에서 보면 뿌리나 근본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현재 속한 가정이나 사회에서 입양인은 배타적 존재라는 말과 같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정은주 물타기연구소 연구원은 “뿌리 없는 식물은 자랄 수 없는 것처럼 입양인들도 저마다 가족을 만난 후 성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출생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옛터 찾기’라는 말이 더 적합해 보인다”고 말했다.

‘입양’이라는 단어에도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 담겨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입양(入養)은 한자어로 ‘양자를 들인다’는 뜻인데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때도 ‘입양한다’는 표현을 쓰기 때문에 입양아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사연이 많다”며 “입양은 ‘양연(養緣ㆍ인연을 키움), 버려진 아이는 ‘해연(解緣·인연이 풀리다) 아동’ 등 긍정적인 용어가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는 입양특례법 개정안의 방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의 신청부터 상담, 교육, 사후 관리 등을 관리ㆍ감독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입양가족들은 입양절차가 현재보다 더 까다로워지면 국내입양이 위축될 것으로 본다. 2012년 1,880건이던 국내 아동의 입양은 허가제 도입 후 2016년 880건으로 줄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정책실장은 “아동이 낳아준 부모의 보호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울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면 새로운 가정에서 인연을 만들자는 게 입양”이라며 “시설중심이 아니라 가정양육이 이뤄지려면 국내입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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