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한문철 변호사가 정리해 주는 사고 예방법

자전거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전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한 사고 장면. 유튜브 캡처
자전거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자전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강과 그 지천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에서 발생한 각종 자전거 사고. 유튜브 캡처
25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자전거도로에서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켜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와 산책하는 보행자들.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공간이다.
[사례 #1] 역주행에도 대비해야

대학생 A씨는 지난 2월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한 다른 자전거와 충돌하고 말았다. 황당한 역주행 사고였다. 그나마 가벼운 타박상에 그쳐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한 그에게 진짜 날벼락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찾아왔다. 피해자인 A씨에게도 돌발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상대방이 80:20의 과실 비율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빠른 속도로 달리던 상대방은 쇄골이 골절되는 중상에다 자전거도 크게 파손됐는데, 이 주장 대로라면 A씨는 1천만 원이 넘는 상대방의 치료비와 수리비 중 20%를 지불해야 한다.

[사례 #2] 보행자도 일부 책임

지난해 가을 서울 중랑천으로 산책을 나간 B씨는 무심코 자전거도로로 들어갔다가 사고에 휘말렸다. B씨를 피하려던 자전거가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이다. 넘어진 상대방은 손목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자전거 수리비도 100만 원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자전거와 보행자 간의 사고에서 보행자는 약자로 간주되지만 이번 경우 B씨에겐 30%의 과실이 인정됐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자전거 도로에 갑자기 진입했기 때문이다. 100만 원이 넘는 비용을 배상해야 했던 B씨는 좌우 살피지 않고 자전거도로에 진입한 자신의 행동을 뒤늦게 후회했다.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전거 사고 또한 늘고 있다. 자전거 이용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도로는 휴일이면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엉키는 아찔한 장면들이 하루 종일 이어진다. (관련기사: 누구를 위한 한강 자전거도로인가) 자전거도로 이용자들은 각자 입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서 사고의 잠재적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실제 사고가 발행할 경우 과실 비율은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에 따르면 자전거 사고는 A씨와 B씨처럼 피해자 또는 약자라 하더라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자전거 이용자든 보행자든 자전거가 통행하는 장소에서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 사고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사고로도 크게 다칠 수 있는 데다 최근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자전거가 늘면서 배상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그 신체적, 경제적 손실을 가늠하기 어려운 자전거 사고, 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과실 산정 원칙과 사고 예방법을 알아봤다.

▦ 자전거도로 위 보행자 vs 자전거

한강시민공원 자전거도로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횡단을 하거나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가 흔하다. 그들 사이를 곡예 하듯 빠르게 헤치고 지나가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만약 이러다 사고가 나면 누구 책임이 더 클까. 일반적으로 과실 비율이 높은 쪽은 자전거다. ‘자전거 전용’이라도 보행자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이므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책임은 자전거에 있다. 심지어 보행자가 갑자기 뛰어들어 발생한 사고라도 자전거의 과실을 70~80%까지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 통행로를 보행자를 침범해 발생한 사고에서 자전거의 과실은 80에서 90%로 더 높다. 보행자가 언제든지 자전거도로를 횡단하거나 침범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특히 보행자가 많은 장소를 지날 때는 언제든지 멈출 수 있게 서행하는 것이 사고를 피하는 방법이다.

보행자 역시 ‘나는 약자니까 알아서 피해 가라’는 식은 곤란하다. 위 B씨의 사례처럼 과실을 30%만 떠안아도 치러야 하는 배상 액수가 만만치 않은 데다 자전거 사고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5일 대여용 자전거를 탄 이용자들이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자전거도로에서 횡단을 하려는보행자들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 25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지구 자전거도로에서 한 자전거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이동하고 있는 보행자를 피해 지나가고 있다. 한강 공원 등 휴일 많은 시민이 몰리는 곳에서는 자전거 이동을 고려하지 않고 이동하는 보행자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전거 이용자들과 보행자가 뒤섞여 있는 한강시민공원 여의도 지구 자전거도로.
25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자전거도로 풍경. 다양한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섞여 있다.
0 25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의 자전거도로.
▦ 자전거 vs 자전거

자전거 대 자전거 사고 역시 자전거도로에선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하지 모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책임 비율을 산정한다. A씨 사례처럼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더라도 서행 등 사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책임을 피해자가 져야 하는 상황은 흔하다.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상대방 자전거에 대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반대편 자전거가 언제든지 중앙선을 넘어올 수 있다’ 또는 ‘앞에서 달리는 자전거가 갑자기 멈출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자전거 사고에선 100:0이 나오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추월 시에도 앞선 자전거가 언제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지나갑니다’, ‘추월합니다’라고 외치는 등 사고 예방조치도 필요하다. 이런 조치 없이 추월을 시도하다 사고가 나면 더 높은 과실 비율을 떠안게 된다. 한강 자전거도로의 경우 권장 속도 20㎞/h를 초과해 사고가 나면 과실 비율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인도(人道) 위 자전거 vs 보행자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인도(人道)로 갈 수 없다. 다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나 65세 이상의 노인, 장애인은 제외다. 자전거 통행로 없는 인도를 지나다 보행자를 칠 경우 자전거 과실은 거의 100%다. 보행자의 공간을 자동차가 침범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형사상 책임도 따른다. 부득이하게 인도를 이용해야 한다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이동해야 한다.

서울시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인도로 달리고 있다. 인도로 주행하다 보행자를 치는 사고를 낼 경우 피해 보상은 물론 형사상 책임도 져야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5일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에서 헬멧을 쓰지 않은 대여용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다.
▦ 안전 장비가 피해를 줄인다

자전거 사망사고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머리 부상이다. 머리는 작은 충격에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현행법상 자전거 이용자에게 헬멧을 착용할 의무는 없으나 자전거 사고로 머리를 다쳐 사망한 경우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자전거 이용자의 과실을 10% 인정한 사례가 있다. 야간 주행 시엔 본인 자전거의 움직임을 주변에서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밝기의 전조등 및 후미등을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자전거를 이용할 때 교통상황은 물론 보행자나 다른 자전거의 움직임, 도로 상태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앞쪽과 주변 상황을 잘 살피며 안전한 곳에 이르기 전까지는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멈출 수 있도록 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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