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시장 개입 억제” 약속
정부 “FTAㆍ환율 협상은 별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개정 및 미국 철강 관세 협상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안에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들어간 부속합의(side deal)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 FTA 개정안 협상이 비교적 빨리 타결된 이유가 한국 정부가 인위적인 원화 평가절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28일 미국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한미FTA 개정 및 철강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외환시장 개입 억제를 약속 받는 부가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속합의엔 우리 정부가 경쟁적인 원화 평가절하를 억제하고 통화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는 “미국 재무부와 한국 기획재정부가 더 구체적인 내용을 협상 중”이라며 “한미FTA 개정안은 미국이 환율과 관련한 부속합의를 맺은 최초의 무역협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환율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려 했으나,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선의의 개입마저 제한할 수 있다는 일본 등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한미FTA 부속합의로 미국이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에서도 환율 문제를 제안할 공산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환율 관련 부속합의가 존재한다면 정부가 지난 26일 한미FTA 협상 결과를 알리면서 밝히지 않은 내용이라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앞서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 등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고 약가 정책 개선 등에 합의하는 대가로 농업을 지키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를 면제 받았다고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큰 피해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해놓고는, 이면 협상에서 미국 요구대로 외환시장 개입 제한 등 ‘환율 주권’을 약화시키는 방향의 정책 수정을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과 환율정책 관련 협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FTA 협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미국 재무당국과 환율 투명성 제고와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한국 통상교섭본부가 진행한 한미 FTA 협상과는 별개”라며 “(미국 측에) 외환시장 개입을 억제하겠다고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통상적으로 FTA 부속합의에는 협상 본안건과 별개로 논의된 안건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면서도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환율이나 철강 관세와 관련된 부속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해명대로 문건 형태의 부속합의는 없을지라도 환율, 철강 관세 등 한미 간 첨예한 사안들이 FTA 본협상과 사실상 ‘패키지’로 논의됐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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