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줄곧 부인하며
기자 고소하는 등 맞서다
렉싱턴 호텔서 카드 결제 확인
간 적 없다던 입장 거짓 드러나
“서울시장 출마 철회” SNS에 글
“성추행은 기억 안 나” 입장 고수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 의혹 제기로 기소됐던 사건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지망생을 성추행 했다는 미투(#Me too) 폭로를, 애써 진실공방으로 몰고 갔던 정봉주 전 의원이 결국 서울시장 출마 포기와 함께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부인(“기억이 안 난다”)과 반격(“무고임을 입증할 사진 780장이 있다”), 음모론 제기(“정치적 의도가 담긴 저격”) 등 온갖 모략은 결국 물증 앞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입장 번복에 따른 ‘거짓말쟁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과 피해자에게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 반성 없는 태도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사건은 7일 인터넷언론 프레시안 보도로 촉발됐다. 2011년 12월 23일, 정 전 의원이 기자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에서 성추행 했다는 내용의 폭로였다. A씨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통해 유명했던 정 전 의원을 강연에서 만나 알게 됐는데, 정 전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기 전날 여의도 렉싱턴호텔(현 켄싱턴호텔)로 불러내 키스를 시도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정 전 의원은 전면 부인했다. “그날 렉싱턴호텔 룸을 간 사실이 없고, A씨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서울 노원구 하계동으로 어머니 병문안을 갔다”는 구체적인 당일 행적도 제시했다.

법적 대응이라는 강수도 뒀다. 13일 “일방적 주장을 근거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라면서 프레시안 서모 기자 등을 고소했다. 프레시안 역시 16일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정 전 의원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당일 행적이 담긴 사진 780장을 찾았다며 강도를 높였다. 본인과 친분이 두터운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통해 당일 오후 1~2시 ‘나꼼수’를 녹음하고 있는 모습과 동료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 있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하지만 성추행이 벌어진 것으로 지목된 오후 3시 이후 행적이 담긴 사진은 내놓지 않았다.

진실공방이 이어지자 폭로 당사자가 직접 나섰다. 정 전 의원이 “정치적 의도를 담고 저를 저격하고 있다”고 한 27일, A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의 구체적 시간대를 추정할 수 있는 ‘포스퀘어(위치기반 모바일 체크인 SNS)’ 기록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A씨가 호텔 카페에서 각각 오후 5시5분과 5시37분에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문구와 함께 체크인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공방은 이날 밤 정 전 의원이 고소 취하라는 백기를 들면서 마무리됐다. 그는 28일 오전 “그날 렉싱턴호텔에서 카드를 결제한 내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호텔에는 가지도 않았다는 최초 주장이 거짓이었다는 걸 시인한 것이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결제 내역을 직접 확인한 이상 모두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고, 스스로 공개하는 것만이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책임을 지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여전히 당일 성추행한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역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정 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길고 긴 그의 겨울이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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