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곡옾눞, 갑분싸, 문찐, 할많하않, 이생망, 법블레스유…. 분명 ‘한국말’인데 국적불명의 외계어로 들리는 건 왜일까요? 기상천외한 요즘 신조어들을 보면 ‘내가 벌써 뒤떨어지나’ 싶지만 사실은 10대끼리도 안 통하는 말들이라고 합니다. 한국일보가 그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오늘 인터뷰가 안돼서 슬프다! 롬곡옾눞!"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모(26)씨는 한 어린이의 말을 듣고 당황했습니다. '응...? 롬곡옾눞?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

신문기자 체험 현장에서 학생이 쓴 기사를 읽어보는데 '롬곡옾눞'이란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등장했기 때문. "'롬곡옾높'이란 '폭풍눈물'을 180도로 뒤집은 단어로 '슬픈 상황' 표현하는 신조어였어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존버하자!" 줄을 선 학생들이 외치는데 지레짐작으로 '혹시 가수 이름 아니냐'고 동료에게 물었다가 망신만 당했습니다.

'존버하자'는 비속어 '존X 버티자'의 준말로 '어떤 상황이든 일단 버티고 보자'는 뜻인데요. 주씨는 10대끼리의 대화 중 반 이상이 신조어여서 듣고도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동세대 안에서도 대화가 어려운 수준까지 와 있습니다. "학생들이 과도하게 신조어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금지어 목록을 만드는데 자기들끼리도 서로 모르는 단어가 많았어요." 초등학교 교사 김민하(24)씨

"려차(fuck을 한글자판으로 적은 것)? 컹스(혐오스럽다)? 그게 대체 무슨 뜻인데?"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유행시킨 단어가 많다 보니 그 방송을 보지 않는 학생들은 당연히 금시초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10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충은 20대도 마찬가지. “SNS에서 친구가 공유한 ‘2018년 신조어 모음’ 게시물을 봤는데 정말 생전 처음 보는 모르는 단어만 있었어요” 대학원생 박재현(25)씨.

"여러분은 이 중 얼마나 아시나요?" 갑분싸: 갑자기 분위기 싸해짐, 문찐: 문화찐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팬아저: 팬이 아니어도 저장, 할말하않: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법블레스유: 법이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죽었다, 엄근진: 엄격 근엄 진지’

장인 한모(26)씨는직장 동료 혹은 또래 친구들과의 일상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매번 묻기도 민망하고 그렇다고 아는 척 넘어가자니 대화 내용을 오해하게 될까 봐 늘 걱정이에요.”

과거 “이 단어 모르면 아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신조어가 특정 세대를 구분 짓는 역할을 했지만, 이젠 같은 세대 안에서도 대화가 어려운 수준까지 온 겁니다. "요즘엔 신조어라도 아재들만 모른다는 말이 아니라는 말씀!"

전문가들은 “미디어 접촉 차이에 따른 사회화 결과”라고 풀이합니다. 신조어가 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 인터넷 개인방송을 경험했는지 여부에 따라 신조어 구사력에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범람하는 신조어로 인해 남녀노소할 것 없이 의사소통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상황.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요?

원문 : 손영하 기자

제작 :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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