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 문자로 써 놓으면 분명히 구별이 되는데, 소리 내어 말로 하면 구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와 ‘네’이다. 이 두 단어는 일상 대화에서 소리로만 구별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서 맥락을 통해서 의미를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두 단어를 분명히 구별하기 위해 구어에서는 ‘네’ 대신에 비표준어인 ‘니’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직 ‘니’는 표준어의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이것이 단순히 ‘니’라는 단어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와 ‘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단어와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모음 ‘애’와 ‘에’가 들어간 말 전체와 관련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201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자의 89%가 ‘에’와 ‘애’의 발음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내’와 ‘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전반적 언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니’의 표준성 문제도 이러한 큰 맥락에서 다루어져야 하기에 바로 결정이 어렵다. 둘째는 말과 글은 다르기 때문이다.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것은 ‘니’라는 표기도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말로 할 때는 ‘니’라고 하더라도 글로 쓸 때는 ‘네’라고 쓴다.

이것은 말에 비해 글이 훨씬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말은 쉽게 수정이 가능하고 그만큼 변하기도 쉬운 반면, 글은 일단 작성이 되어 배포가 되면 이를 수정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설령 말이 다소 변해도 표기는 기존의 형태를 상당 기간 고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변하는 말을 어디까지 표기에 반영할 것인지는 늘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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