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피에상 수상 ‘스트리트 H’ 장성환 발행인 정지연 편집장

홍대 가게ㆍ페스티벌 소개 월간지
‘해외 여행 짐싸기’ 편으로 쾌거
장성환 발행인 “한글 맵시 훌륭해
비알파벳 문화권서 첫 수상 의미”
장성환(오른쪽) 발행인, 정지연 편집장이 수상작인 '해외 여행 짐싸기' 인포그래픽 포스터를 들고 있다. 장 발행인은 ‘스트리트 H’ 포스터 작업 과정을 통해 인포그래픽 제작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올해 안에 낼 예정이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국의 ‘동네잡지’가 뉴욕타임스, 로이터,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세계 유수의 매체들이 수상한 말로피에 어워드를 받았다. 수상작은 홍대 부근의 정보를 소개하는 ‘스트리트 H’의 2017년 9월호 별책부록 ‘해외 여행 짐싸기 편’ 포스터. 한국은 물론 비알파벳 문화권 국가에서도 첫 수상이다. 1993년 시작돼 올해로 26회를 맞은 말로피에 어워드는 뉴스 인포그래픽 경연장으로 올해는 30개국 1,320개 출품작 중 121개 작품이 금, 은, 동메달을 수상했다. 아르헨티나 지도제작자 알레한드로 말로피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23일 서울 상수동에서 만난 장성환 ‘스트리트 H’ 발행인(203디자인스튜디오 대표)은 “흔치 않은 주제로 인포그래픽을 제작해 상을 받은 것 같다”면서 “제목만 영어로 썼을 뿐 설명은 한글을 썼다. 영문에 비해 타이포그래피 맵시가 떨어지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 (한글의) 전달력이 관건인데, 그림을 통해 (짐싸기) 방법을 충분히 알 수 있어 뽑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지연 편집장은 “많은 분들이 애정을 갖고 보는 매체인데 성과를 인정받아 우리가 다 뿌듯하다고 하시더라. 잡지를 발행하며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는데 이런 기회로 인정받게 되니 다시 힘을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발행된 ‘스트리트 H’는 홍대 앞 사람, 가게, 페스티벌 등 각종 정보를 담은 무료 월간지다. 별책부록으로 “포털도 못 쫓아올 만큼 우리나라에서 제일 빠르고 정확한”(장성환) 홍대 앞 지도를 제작하며 아카이브 기능도 톡톡히 한다. 홍대 앞 지도 105장(현재 105호까지 발행됐다)을 펼쳐보면 지난 10년간 홍대 앞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 말로피에 수상작이 인쇄된 건 이 홍대 지도 뒷면이다. 2015년부터 지도 뒷면에 카메라, 소주, 재즈, 런던 등 다양한 주제의 인포그래픽을 넣었다. “처음에는 (지도 뒷면에)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의뢰해 홍대 인근 풍경을 그렸어요. 한데 무가지로 발행하다보니 재원이 한정돼있어 1년 이상 진행하긴 어려웠죠. 다음에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지면을 열었어요. 이건 지속성이 부족했죠. 우리 디자인 능력을 키워서 할 수 있는 방안이 뭘까 고민하다 발행인이 관심 있는 인포그래픽을 선보이자고 의견을 모았죠.”(정지연)

인포그래픽을 제작한 또 다른 이유는 재원 마련이다. 장성환 발행인은 “디자인 회사들이 자체 수익을 고민하다 팬시 제품 같은 걸 많이 낸다. 저는 이게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역적인 것과 연계해서 인포그래픽을 통한 콘텐츠 상품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인포그래픽은 텍스트 의존도가 낮아 글로벌하게 갈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료 배포하는 별책부록 인포그래픽 포스터를 고급지에 인쇄, 코팅해 인터넷(https://street-h.com/shop)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에서 1만2,000원에 판매하는데 종종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원룸에 부담없이 걸 수 있게”(장성환) 포스터를 종이액자에 넣은 상품도 개발 중이다.

장성환 발행인이 인포그래픽 제작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스트리트 H’ 포스터 작업 과정을 통해 인포그래픽 제작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올해 안에 낼 예정이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장 발행인은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 창설멤버다. 3년 반을 일하고 동아일보사에서 잡지 디자이너로 일하다 2003년 디자인사무소를 차렸다. “창업 때부터 인포그래픽을 특화시키고 싶었는데, 인포그래픽이라는 말 조차 알려지지 않은 시절이었어요. 2010년대 초반부터 광고계에서 ‘콘텐츠 마케팅 이후에는 인포그래픽이다’면서 (전문가를) 찾더라고요. 2012년에 디자인스튜디오 내에 인포그래픽 연구소를 차렸죠.”(장성환) 해외 출장 때 관련 서적을 사와서 독학했다. 대학에서 인포그래픽 개념, 방법을 가르치면서 자기만의 프로세스도 만들었다.

‘스트리트 H’는 이런 시도를 적극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무대였다. 2014년 본지에 인포그래픽을 처음 선보였다. 홍대 앞 문화인물의 일상, 취향, 프로필 등 각종 정보를 한 장의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한 ‘피플 인 홍대 앱’, 빙수 빵집 커피 등 주제를 정해 정보를 낱낱이 파헤친 ‘나노 인포그래픽’ 등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홍대 근처 문화 공간을 소개하는 ‘줌 인 홍대 앱’을 선보이고 있다. 인포그래픽에 필요한 취재는 디자이너가 직접 한다. 정보를 글로 표현하는 기자와는 “질문도 관점도 다르기 때문”(정지연)이다.

본지보다 사이즈가 4배 큰 인포그래픽 포스터 작업은 품이 훨씬 많이 든다. 때문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공부하고, 누가 와도 작업할 수 있게”(정지연) 업무를 체계화했다. 인포그래픽 포스터를 만드는 디자인팀 인원은 발행인을 포함해 도합 4명. 주제를 정하면 마인드맵을 그리고, 관련 이미지 스케치에 들어간다. 이 스케치를 바탕으로 전체 디자인과 정보량을 대략적으로 그린 다이어그램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장 발행인은 “다이어그램을 만들면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정보량 크기는 제대로 표현됐는지 같은 핵심을 볼 수 있다”면서 “다이어그램 과정이 영양사와 요리사가 만나 재료와 요리 방식을 택하는 단계라면, 그래픽 그리는 과정은 신나게 요리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장 발행인은 4월 13~15일 홍콩에서 열리는 ‘SND 홍콩 인포그래픽 회담’(http://hksnd.com/)에 연사로 출연해 제작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인쇄, 웹, 모바일 매체 디자이너들의 조직인 ‘SND(the Society for News Design)’이 개최하며, 인포그래픽 행사로는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개최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시니어 그래픽 에디터인 알베르토 루카스 로페즈, 로이터 통신의 그래픽 부문 수장인 사이먼 스카, 파이낸셜타임스의 데이터 비주얼 저널리스 자네 퐁 등도 함께 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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