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대와 아침의 의식

베개는 4개, 그래야 침대가 초라해지지 않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적당히 푹신한 침대를 좋아합니다. 마시멜로 같은 촘촘하고 탄성이 있는 폭신함보다는 곰 인형처럼 느슨한 포근함을 좋아하는 편이라 메모리폼보다는 마이크로 화이바를 선호합니다. 침대에 푹 안겨 있다가 깨어나는 기분. 그렇게 시작되는 아침을 좋아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도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눈을 뜨고도 일어나려고 마음먹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곤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즐겁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아침의 의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침에 있으면 좋을 것들을 생각해 봤습니다. 살랑거리는 바람, 적당하게 상쾌한 템포의 음악, 좋은 냄새와 단정한 느낌. 그런 것들이면 아침이 기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요즘 저의 아침의 의식은 이러합니다. 눈을 뜨면 우선 음악을 틉니다. 아침 플레이 리스트에는 카를라 브루니, 라이 그리고 티 댄스 앨범 등이 있습니다. 특히 티 댄스 앨범을 자주 듣는데 “아이럽 커피~ 아이럽 티~” 부분에서는 언제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고는 창문을 열어요.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공기가 좋지 않은 날도 일단 창문은 엽니다. 그리고 밤사이 흐트러진 4개의 베개를 이층으로 쌓아 제자리에 놓고(베개는 4개, 그래야 침대가 초라해지지 않습니다), 이불을 두어 번 가볍게 털어 반듯하게 정돈합니다. 침대 협탁 위 흐트러진 물건들도 정리합니다. 마지막으로 항균 탈취 효과가 있는 천연 패브릭 스프레이를 침대 위에 한 번 ‘칙’ 뿌려줍니다. 방 안의 공기가 바깥 공기와 섞이며 새로운 아침이 집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낍니다. 매일 아침, 약 5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이렇게 새로운 아침을 집에 들이는 일은 딱히 대단하지도, 어렵지도 않은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아침의 의식이 있는 생활과 없는 생활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좋은 아침을 보낸다는 것은 좋은 인생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원 시절에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대충 일어나 참담한 기분으로 머리를 감고 옷을 입던 그 많은 아침, 매일같이 침대 모서리에 정강이를 찧고 절뚝거리며 널브러진 옷가지와 이불을 뒤로한 채 헐레벌떡 구두를 신다 문득 처량한 기분이 들었던 이유를 그때는 잘 몰랐지만요,

지금은 꽤 괜찮은 아침들로 이루어진 인생을 사는 편입니다. 아직도 아침이면 걱정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기도 하고, 막막한 마음이 드는 날이 많지만 적당한 푹신함을 가진 침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일어나서 아침의 의식을 끝낸 후의 침대를 보며 마음을 단정히 합니다. 오늘 하루도 나답게 살아낼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선가 밀려오는 기분입니다.

최고요 공간디렉터

* 공간디렉터 최고요씨는 블로그 ‘고요의 집’ 주인이자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의 저자입니다. 격주 토요일자로 게재되는 ‘생활의 발견’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 사물들에 대해 저자가 새롭게 발견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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