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한바탕 소동… 재판도 난전 예고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의 방식과 일정과 관련해 ‘정석’이 아닌 ‘혼전’ 방식의 변호를 선택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도 절차적인 문제를 빌미로 한 신경전이 예고되고 있다. 공소 사실을 놓고 벌일 검찰과의 공방이 가열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에 비춰 재판 지연이나 경우에 따라 보이콧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적폐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는 상황이다.

구속영장 발부 전날인 21일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빚어진 혼란은 본 게임(재판)의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의사를 표시한 가운데 이 전 대통령측 변호인이 영장심사 출석 여부를 두고 법원과 검찰에 다른 메시지를 보내면서 영장심사 자체가 불확실해지는 사태가 빚어졌다. 변호인은 영장 심사 하루 전인 21일 오후 3시쯤 법원에 “(변호인은) 심문기일에 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비슷한 시각 검찰에는 “변호인도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던 것이다. 변호인 측 진의는 “구인영장이 재발부되면 출석할 의사가 없고, 구인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라면 심문기일이 열릴 경우 변호인만 출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찰에는 전자를 전제로, 법원에는 후자를 전제로 입장을 전하다 보니 혼선이 온 것이다.

법원이 결국 22일 이 전 대통령의 심문 포기로 보고, 서류심사만 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전직 대통령 지위나 예우’가 배경이 된 절차상의 문제 제기나 마찰은 정식 재판과정에서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의 경우에도 변호인 지정, 피고인 출석, 재판 진행 일정, 증인 선정 등을 둘러싸고 기싸움과 파행이 거듭돼 왔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 측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법원이 박 전 대통령 재판처럼 주 4회 재판을 강행하면 재판을 거부할 것”이라거나 “6개월(1심 구속 만기 기간)이 지난 후 검찰이 구속 기간을 연장해도 재판을 거부할 것” 등의 말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도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로 검찰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왔고 지난해 10월 법원의 구속기간연장 결정 뒤에는 박 전 대통령은 정치 보복까지 운운하면서 “재판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영장 심사 단계에서부터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을 선언한 걸로 봐서 정식 재판도 난항이 예상된다”며 “헌법 수호 책임이 있는 대통령을 지낸 분이 이런 태도로 사법체계를 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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