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 찢어져 적으로 한 시즌 뛴
女배구 환상 콤비 김희진·박정아
기업은행·도로공사 챔프전 격돌
지난해 3월 IBK기업은행이 2016~17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김희진(왼쪽)과 박정아(가운데)가 함께 기뻐하고 있는 모습. KOVO제공

‘환상의 짝꿍’ 김희진(27ㆍIBK기업은행)과 박정아(25ㆍ한국도로공사)가 이제는 적으로 만나 서로에게 칼 끝을 겨눈다. 23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시작하는 2017~18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다.

둘은 IBK기업은행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2011~12시즌부터 V리그에 입성한 기업은행에 나란히 입단했다. 2009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국제배구연맹(FIVB) 챔피언스컵에 나서며 고교 최대어로 손꼽힌 김희진(중앙여고)과 박정아(남성여고)의 입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제였다. 둘은 신생팀을 이끌고 5번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나섰고 3차례(2012~13, 2014~15, 2016~17) 정상에 올랐다. 경쟁 팀 감독의 입에선 “두 선수가 한 팀에서 뛰는 건 반칙”이라는 농담 섞인 푸념이 심심찮게 나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FA자격을 얻은 둘은 최대어로 평가 받았다. 김희진은 잔류를 선택했고 박정아는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했다. 든든한 기둥을 세운 도로공사는 지난해 최하위에서 단숨에 기업은행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시즌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희진은 박정아를 두고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함께 뛴 동료 이상의 감정이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정아가 반대 코트에 있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아 역시 “희진 언니는 내 모습만 어색하겠지만, 나는 같은 팀 동료였던 선수와 감독을 반대편에서 봐야 해 여러 번 웃어야 할 것 같다”며 아련함을 에둘러 표했다.

새 둥지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1위에 올려 놓은 박정아와 팀을 챔프전까지 이끈 김희진의 대결은 이번 챔피언 결정전 최대의 화두다. 두 팀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6차례 만나 3승 3패를 거뒀다. 김희진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160득점, 공격 성공률 35.50%를 올렸고 박정아는 기업은행과 맞대결에서 167득점, 공격 성공률 35.93%를 기록했다.

여자배구 최강자를 가리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지금은 우정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김희진은 챔피언결정전을 확정한 21일 “박정아는 이제 상대팀 선수다. 지금은 꼭 이겨야 하는 상대일 뿐”이라며 “도로공사를 잡으러 김천으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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