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고 잡아주는 신박한 로봇의 등장”, “이 영화는 범죄물과 공포물을 신박하게 뒤섞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바로 영화화 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신박했다.” 이들 문장에 쓰인 ‘신박하다’는 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새말이다. 새말의 속성상 낯설 법도 하지만, 이 낱말은 문장 속에 녹아 들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맥락상 ‘신기하다’, ‘참신하다’ 등의 뜻을 지닌 낱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신박하다’를 표제어로 올린 ‘우리말샘’에서는 이를 ‘신(新)박하다’로 분석하면서 ‘새롭고 놀랍다’로 풀이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새롭다’는 ‘신’에 ‘놀랍다’는 ‘박’에 연결된다. 그런데 문제는 ‘박’과 ‘놀랍다’를 연결 지을 고리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 말의 기원에 대한 설이 여러 가지일 수밖에 없다.

‘신기하다’와 ‘대박이다’를 합한 말이라는 설도 있고, 일부 네티즌들이 ‘기’를 ‘박’으로 바꿔 말하면서 ‘신기(新奇)’를 ‘신박’으로 쓰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외에 기존의 낱말인 ‘쌈박하다’와 관련지어 ‘신박하다’의 기원을 추정하기도 한다. 각 설마다 나름 그럴 듯한 근거를 대고 있으니 무엇이 맞는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땐 기원을 확정하는 것보다 ‘신박하다’가 짧은 시간 안에 널리 퍼지고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게 생산적일 것이다. ‘신박하다’를 ‘쌈박하다’와 관련지은 설에 눈길이 가는 건 이 때문이다.

‘신박하다’의 뜻을 ‘쌈박하다’와 관련지어 연상한다는 사실은 새말 ‘신박하다’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이유를 말해 준다. 기존의 말에 기댈 수 있을 때 새말의 수용과 확산은 더 빨라질 수 있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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