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리딩 코리아, 잡 페스티벌'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안내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뉴스는 인공지능(AI) 채용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이른바 ‘AI 면접관’이다.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과 컴퓨터 모니터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AI 면접관이 지원자를 분석한다. AI가 제시한 질문이나 게임에 지원자가 답하고 클릭하는 동안 모든 반응들이 실시간 모니터링 된다. 얼굴 표정과 얼굴색의 변화, 음성의 높낮이나 속도, 긍정적ㆍ부정적 단어 사용의 빈도, 여기에 미세한 뇌파 변동까지 감지해 지원자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그의 업무능력은 어떤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1시간도 안 걸리는 이 과정만으로 서류전형은 물론 인ㆍ적성 검사와 1차 면접까지 한꺼번에 끝낼 수 있다고 개발자는 주장한다. 채용 담당자들이 대거 매달려도 수 주가 걸릴 일이다. 기업이 신주단지 모시듯 중시하는 효율성 면에서도 단연 압권인 셈이다. 이미 미국 IBM, 영국의 유니레버 등 세계적 기업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했고, 국내 대기업들도 입사전형에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AI가 기업 채용 문화를 바꾸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한’ 내게 이 기술로, 그 짧은 시간에,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을 수 있는지, 쉽게 와 닿진 않는다. 하지만 그간의 기업 채용 과정을 봐도 제대로 된 채용 시스템이었는지 이해되지 않긴 마찬가지다. 대개 ‘열정과 패기를 가진 당신을 기다립니다’로 제시되는 채용 공고에서 구직자들은 기업이 밝힌 열정과 패기의 깊이나 폭을 알지 못한다. 스펙을 쌓다 보면 그에 근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사지원서 한 줄 한 줄을 채워 넣고 노심초사 기다릴 뿐이다. 서류전형을 통과해 면접 기회라도 얻으면 다행이지만,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채용에서 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구직자는 그리 많지 않다. 면접은 더욱 난해한 과정이다. 너무 튀어서, 너무 떨어서, 너무 말을 잘해서, 너무 잘생기거나 예뻐서, 너무 평범해서(이 역시 추후 추정일 뿐이다) 합격하거나 혹은 떨어진다. 면접관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니 합격과 탈락의 이유가 분명치 않다. 기업 입사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가장 큰 원인은 이런 모호한 채용 절차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직자가 살아온 인생과 업무능력을 점수화한 데이터로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AI 채용 시스템이 반가운 이유는 점수 조작, 끼워 넣기 등 채용비리가 스며들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이 각종 평가항목과 방법으로 프로그램화 돼 있을 AI라면 적어도 공공기관 1차 서류 전형에서 2,299등에 그쳤던 정권 실세의 운전기사 출신 지원자가 최종 36명에 포함될 일은 없지 않겠는가. 프로그램에 현 정부 실세의 추천, 부모나 친인척의 배경 등이 조사항목에 들어갈 리는 만무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사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AI 채용 시스템을 공공기관에서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AI가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구직자가 원하는 기업을 계량된 기준을 토대로 연결해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쯤 되면 지난 15일 정부가 밝힌 청년일자리대책을 포함해 지난 10년 동안 22차례나 내놓고도 효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는 고용대책을 AI에 맡기면 어떨까 싶다. AI라면 향후 3~4년만을 위해 기존 정책에 더 많은 재정과 세제ㆍ금융 혜택을 주는 재탕ㆍ삼탕 정책을 ‘특단의 대책’이라고 포장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인간미가 없다는 우려는 접어두자. 단언컨대 기업이 지원자의 인간미를 보고 뽑았다거나, 지원자가 기업 대표ㆍ직원들의 인간미를 보고 지원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지금 채용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인간미가 아니라 공정함이다.

이대혁 경제부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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