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금지 논란

서울시, 버스 음식물 반입 금지
시행 두 달 넘었지만 곳곳 갈등
실랑이 잦고 화 내는 승객도
승차거부 수용은 절반도 안 돼
“캠페인이라도 해 취지 공감대를”
“공공예절 정착 위해 필요한 진통”
서울시에서 시내버스와 정류장 곳곳에서 부착중인 음식물 반입금지 안내스티커.

16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앞 버스정류장. 마시던 커피를 들고 버스에 오르던 김모(24)씨와 운전사가 실랑이를 벌였다. “음료를 반입할 수 없다”고 승차를 거부하는 운전사와 “조금 전 산 커피를 버릴 수 없고, 다음 차를 기다리면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다”고 탑승한 김씨 주장이 맞섰다. 팽팽한 말다툼 승자(?)는 김씨였다. 운전사는 다른 손님들도 있어 결국 커피를 든 김씨를 태우고 출발했다.

시내버스 내 음료 및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조례(시내버스재정지원및안전운행기준에관한조례) 개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일상에선 여전히 ‘들고 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사이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버스가 멈추거나 출발할 때 음료가 쏟아져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음식물 냄새로 인한 불쾌함을 주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 서울시 생각과 달리, 곳곳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오후 기자가 서울 종로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우이동 도선사입구(종점)까지 가는 1시간 남짓 운전사는 음식물을 들고 차에 오르는 5명에게 승차 거부를 알렸다. 3명은 음료, 1명은 아이스크림, 1명은 닭 꼬치를 들고 있었다. 승차 거부를 받아들인 손님은 쌍문역 정류장에서 탄 남학생(닭 꼬치) 한 명뿐. 나머지 4명은 “죄송하다” 또는 “(음식물을) 흘리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말하거나, 아무런 대꾸 없이 탑승했다.

운전사들은 대체로 “승차를 막는 우리도 마음이 편치 않다”는 반응이다. 종점에서 만난 버스 운전 10년 경력 유순주(59)씨는 “승차 거부를 받아들이는 시민은 절반도 안 된다”라면서 “실랑이는 기본, 화를 내는 승객도 있다”고 했다. 정택엽(66)씨는 “그나마 젊은이들은 취지를 이해하는 것 같지만, 어르신들에겐 여전히 얘길 꺼내기 힘들다”고 했다. “운전사를 향해 ‘음식물 들고 타는 게 마음에 안 들면 당신이 내리라’고 호통치는 노인도 있다”거나 “피자나 치킨 햄버거처럼 냄새가 심한 음식물도 반입 거절 대상에 포함되지만, 가족과 함께 즐길 간식까지 제재하기엔 부담이 따른다”고 했다. 승객과 얼굴 붉힐 일을 우려해 아예 승객들의 음식물 반입을 모른 척 한다는 운전기도 있었다.

시민들 의견도 분분하다. 갑작스러운 도입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공공예절 정착에 필요한 진통이란 반응도 있다. 자영업자 김선정(59)씨는 “치킨을 사 들고 타도 승차 거부를 당할 수 있다니 황당하다”라며 “조례 개정에 앞서 캠페인이라도 벌여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27)씨는 “차량 내 음식물 섭취는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라면서 “제도 시행 초반이라 어려움은 있겠지만, 언젠간 정착돼야 할 에티켓”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갈등과 혼선이 계속되자 8일부터 모든 시내버스와 정류장에 버스 내 음료 및 음식물 반입 금지를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모든 시내버스(7,400여대)와 정류소 내 비가림막(2,900여곳)에 스티커 부착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ㆍ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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