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캥거루 종(種)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빨간 캥거루는 호주의 국가 상징 동물이다. 캥거루는 국가 문장(紋章), 동전, 스포츠 유니폼, 그리고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공사가 운항하는 항공기에 표시된다. 호주에서 풍경을 가로질러 가는 이 장엄한 동물들을 보면서 나는 독특한 식물과 동물 군(群)이 있는 특별한 나라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최근 국제적으로 저명한 다큐멘터리 ‘캥거루: 사랑과 증오에 관한 이야기’가 보여주듯, 호주와 캥거루의 관계에는 훨씬 어두운 면이 있다.

매년 세계 최대의 상업용 야생 도살장에서 수백만 마리의 캥거루가 총으로 살해된다. 얼마나 많은 캥거루가 죽었는지 누구도 모른다. 호주 주 정부들은 최근 몇 년 동안 500만마리가 넘는 캥거루를 죽일 수 있는 쿼터를 할당했다. 하지만 이 쿼터가 실제로 사살된 캥거루 숫자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물론 쿼터 할당량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아 사살된 캥거루 수가 500만 마리 미만일 수도 있다. 반면 엄마 캥거루 주머니 안에 있는 수많은 새끼 캥거루들은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들도 죽을 것이다. 또한 쿼터 할당량 제도 밖에서 얼마나 많은 캥거루가 불법으로 살해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 가지 주된 이유가 있다. 우선 사냥꾼들은 캥거루 고기와 가죽을 판매해 돈을 벌 수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캥거루를 식용으로 사냥했지만 도시 호주인들 사이에서 캥거루 고기는 인기가 없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캥거루 고기를 1년에 네 번 이상 먹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 관광객들이 종종 캥거루 고기 먹기를 시도할 뿐이다. 수출도 하지만, 애완동물 먹이 수준이다. 캥거루 가죽은 기념품 제조에 주로 사용된다.

캥거루를 죽이는 또 다른 주된 이유는 농민들이 캥거루를 해로운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번식력이 강한 캥거루들이 농민들이 키우는 소와 양에게 먹일 풀을 다 해치운다는 것이다.

논란은 있ㅈ만 유럽인들이 호주에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캥거루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다. 한때 캥거루가 많았지만 지금은 희귀한 지역도 있다. 일부 캥거루 종은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호주 정부는 합법적인 사냥이 허용된 4개 종(붉은 캥거루 포함)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일부 야생동물 생태학자들은 호주 정부의 이런 주장을 거부한다. 설령 그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캥거루를 사살하는데 따른 논란을 종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가장 흔한 논란은 캥거루들을 죽이는 비인간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다.

호주의 캥거루 사냥 규칙에 따르면 사냥꾼이 캥거루를 사살할 때는 신속히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머리만 겨냥해 단 한 발을 쏴야 한다. 그러나 호주 정부 의뢰로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적어도 10만마리의 캥거루가 신체 다른 부위에 총을 맞고 죽는다. 또한 매년 80만마리가 넘는 새끼 캥거루들은 총알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냥꾼들에게 맞아 죽는다. 머리를 몽둥이로 내리쳐서 죽이는 경우가 많다. 엄마 캥거루가 총에 맞을 때 주머니 바깥에 있던 조금 성장한 캥거루들은 사냥꾼들이 득실대는 어둠 속으로 뛰어들거나 굶어 죽을 가능성이 크다.

캥거루 사냥이 외딴 지역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적 방식의 도축은 현실적이지 않다. 캥거루는 야생동물이다. 사육되거나 도축장으로 보내지기 어렵다. 무리를 짓게 해 옮기거나 트럭 탑승을 유도할 수도 없다. 캥거루는 목장의 표준 울타리를 쉽게 뛰어 넘는다. 이런 캥거루를 호주의 광대한 목장에 가두고 지키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캥거루의 대규모 도살에 대해선 더 깊은 윤리적 질문이 있다. 환경 문제다. 우리는 상업적 가치가 거의 없지만 호주의 건조한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토착 동물보다 양과 소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 걸까? 지역사회를 위해 벌어들이는 돈을 가축에게 우선적으로 써야 할까? 캥거루는 풀을 짧은 상태로 유지해 들불을 예방하고 건조한 토지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우리는 야생동물이 사용하는 땅을 우리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잔인하게 빼앗을 수 있다. 보르네오의 야자유 농장 개발 과정에서 쫓겨나고 살해된 오랑우탄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동물이라는 점이 과학적으로 검증된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도처에서 인류가 팽창하면서 야생동물을 위한 공간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다른 나라가 한 나라의 영토를 침략하는 것을 명백히 반대한다. 미국 작가 헨리 베스톤(Henry Beston)은 자연주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세상 끝의 집’에서 동물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그들은 형제가 아니다. 그들은 부하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생명과 시간의 그물에 갇힌 다른 나라 사람이며, 땅의 영광과 고난을 함께 하는 동료 죄수들이다.” 우리는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다른 종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땅을 빼앗는 것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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