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부] 주목할 만한 농업 일자리

농장과 구직자 맞춤형 연결
안전한 먹거리 펀드로 생산
제도ㆍ기술혁신 농업 새 활력

청년들이 농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다양한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농업의 낙후한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 체계를 만드는 시도를 하면서 기존에 없던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농산업의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

푸마시가 운영하는 농장코디네이터 양성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지난해 10월 충북 진천 고추밭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푸마시 제공

장지웅(38)씨는 지난해 농장 코디네이터(Cordinator)를 양성하는 플랫폼 회사 ‘푸마시’의 농장 코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SBA)으로부터 신직업 인증을 받은 농장 코디는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에게 구직자를 소개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다. 농장주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장에 나가 구직자가 잘 적응할 수 있게 기초 기술을 가르치고, 농장주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의사 소통 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맡는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농장주와 구직자 모두에게 평가를 받고 문제점을 보완한다.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던 장씨는 3년 전부터 귀농ㆍ귀촌을 결심했다. “처음엔 농사를 지으려 했는데 교육도 받고 농부들을 실제 만나면서 꼭 농사에 뛰어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농사 관련 기술을 익혀 활용을 잘 하면 안정적인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있겠다고 결론 내렸죠.” 지난해 푸마시가 마련한 농장 코디 양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뒤 농장 코디 일을 시작한 그는 요즘 스마트팜(Smart farmㆍ지능화 농장)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직접 농사 말고도 농산업 분야 일자리 무궁무진해요”

장씨뿐만이 아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를 나온 강민영(26)씨는 원래 정보기술(IT)분야 벤처 창업을 목표로 하다 농업에 투신했다. “대학에서 벤처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당연히 IT분야만 생각했죠. 그런데 경쟁이 너무 치열한 IT보다 농업 쪽이 기회가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농장 코디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대기업 퇴직자 등 36명이 농장 코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현재 절반 가까이 현장에서 활동 중이다. 대략 하루에 10만원 정도를 번다.

김용현(41) 푸마시 대표는 “직접 농사가 아닌 농산업 분야로 시야를 넓히면 정말 많은 기회가 보인다”라며 “농장 코디는 농업 현장을 중심으로 일하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창업 등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코디네이터 교육에는 현장 요구를 반영해 트랙터 등 농기계 관련 기술을 추가했다.

김용현 푸마시 대표가 자신이 개발한 농촌 구인, 구직 온라잇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 대표는 앞서 2016년 국내에서 처음 농업 관련 구인, 구직 온라인 플랫폼 ‘푸마시’를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170년 역사의 영국왕립대학에 국내 1호로 입학해 농식품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세계 1위 농화학 회사인 스위스 신젠타를 다녔던 그는 농사 자체보다 농산업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목했는데 특히 일자리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다.

“농촌은 일손이 달리고, 도시는 일자리가 부족하죠.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 온 농촌은 젊은이들의 활약이 절실하고요. 도시의 구직자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농장주에게는 사람 구하는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농장주들이 부담하는 전체 생산 비용 중 40~50%가 인건비입니다. 이들이 인력이나 일자리를 구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방식에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인건비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현재 푸마시에서 일자리를 찾는 회원은 800명을 넘어섰고, 농장주 회원은 약 400명이다. 특히 김 대표는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겠다는 구직 회원 10명 중 4명이 2030세대라는 점을 주목한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농업 영역 확장에 한 몫

김 대표는 요즘 농업 전문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플랫폼 ‘농사펀드’의 박종범(39) 대표 등과 함께 경기도가 주관하는 공유농업 프로젝트를 실현할 ‘공유농업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유농업은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특정 농장주에게 농사 자금의 일부를 지원하고, 농장주는 이를 가지고 농사를 지은 다음 수확물을 해당 소비자에게 보내주고 나머지를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이다. 경기도가 소비자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농장주에게 소득 창출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사회적 경제를 바탕으로 한 생산, 유통 시스템이다. 활동가들은 소비자의 요구와 농장주의 필요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역할이다.

경기도는 2022년까지 공유농업 비중을 도내 생산 농산물의 10%(약 1,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활동가 육성에 집중할 계획을 밝힌 만큼 이대로라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활동가 모집에 187명이 지원한 상태다.

농산업 관련 플랫폼 개발 및 새 제품 개발을 하는 농업 관련 스타트업 기업 관계자들이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다수가 2030세대들이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농촌 관광의 주축 역할을 하는 관광두레PD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관광두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역주민 주도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 관광두레PD는 지역 명소, 특산물, 관광상품을 가지고 사업 모델을 조직해 발굴 및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까지 116만명 정도의 농산업 분야 인력이 투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농림 생산 61만명, 외식 34만명, 농림식품가공 부문 9만8,000명, 농림서비스 2만9,000명, 농림투입재 부문 5,000명, 농림유통부문 8만 명 등이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산업 분야는 타 산업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투자 대비 고용효과가 높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농산업 분야의 경제 규모는 총 산출액 기준 32조원으로 전체 산업 대비 8.9%이고, 고용 규모는 취업자 수 기준 396만명에 이른다.

[저작권 한국일보]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미래농부 지원책들

마 위원은 “주요 선진국에선 농사짓는 농부 보다 이를 지원하는 농산업 인력이 몇 배 많지만 현재 우리는 농사를 짓겠다는 농부만 눈에 띌 뿐 지원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다”라며 “농식품 가공, 홍보, 판매, 자동화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아 저변을 넓혀야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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