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feminist)’를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한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을 수정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이유는 이러한 정의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성차별을 조장한다는 것.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페미니스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①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②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사전 정의를 볼 때, 수정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성 평등 의식에 반하는 ②의 뜻을 사전에서 삭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말의 쓰임을 기술하는 사전의 기본 목적을 생각하면, 사전의 정의를 성 평등 의식에 걸맞게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팔레비 전 이란 왕은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라는 용례가 있는데도 ①의 뜻만 제시했다면 이를 좋은 사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서는 ‘페미니스트’의 원 뜻을 정의하는 것만큼,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스트’란 낱말을 이해하고 유통해 온 양상을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원 뜻과 달리 쓰인 용례를 접할 때, 사전 편찬자는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미망인(未亡人)’처럼 원 뜻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는 경우 고민은 더 깊어진다.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성차별적 원 뜻을 사전에 남겨야 하나? ‘전쟁 미망인’란 표현이 널리 쓰이는 현실을 반영하여 ‘남편이 죽은 여성을 대접하여 가리키는 말’이라는 뜻을 추가해야 하나? 유능한 사전 편찬자는 원 의미와 변이 의미를 제시하면서 이 말에 대한 거부감도 덧붙일 것이다. 결국 사전 편찬은 말을 부려 써 온 과정을 되짚는 일일 수밖에 없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