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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1번 올릴 때 대출금리 4번↑… 은행 최대실적 뒤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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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금리 1번 올릴 때 대출금리 4번↑… 은행 최대실적 뒤 ‘민낯’

입력
2018.03.15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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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 시중은행 주택대출 금리

넉 달 새 3, 4번 잇따라 인상

예금금리는 단 한 차례 찔끔

예대금리차 2.32%p ‘이자장사’

작년 순익 11조… 2012년 이후 최대

은행들 “가산금리 인상 자제” 항변

당국, 금리 산정체계 점검 나서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전후를 기점으로 대출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고 있다. 반면 이 기간 은행 예ㆍ적금 금리는 한 차례 인상에 그쳤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배경에 이러한 얌체 영업행위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 대출금리 산정 체계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대출은 4번 금리인상, 예금은 겨우 1번

14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은행별 평균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ㆍ만기 10년 이상) 금리 현황에 따르면 신한, 우리, KB국민, KEB하나, NH농협, 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의 주택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공시 금리는 은행이 실제 대출고객에게 적용한 금리의 평균치다.

이들 은행 중 농협ㆍ우리ㆍ기업 3곳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평균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인상폭이 가장 큰 곳은 NH농협은행으로, 10월 3.32%에서 지난달 3.70%로 0.38%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0.32%포인트, 기업은행은 0.17%포인트 올렸다. 하나(0.27%포인트 인상), 국민(0.22%포인트), 신한(0.18%포인트)은 같은 기간 세 차례 대출금리를 올렸다.

하나, 신한을 뺀 4개 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렸다. 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세 차례 인상을 통해 지난해 10월 3.09%에서 올해 2월 3.86%로 0.77%포인트 급등했다. 넉 달 연속 대출금리를 올린 농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폭은 0.28%포인트였다. 기업은행(인상횟수 3번)은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를 0.22%포인트, 우리은행(3번)은 0.1%포인트 각각 올렸다.

반면 이들 은행은 약속이나 한 듯이 기준금리 인상 이후 예금 금리를 한 차례만 올렸다. 인상폭도 0.05~0.3%포인트에 그쳤다. 더구나 국민, 하나, 기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예금 금리를 낮췄다가 원래 수준만큼만 금리를 올렸다. 이렇다 보니 지난 1월 시중은행 예대금리차는 2.32%포인트(대출금리 3.53%-수신금리 1.21%)로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은행 금리결정 단속 나선 당국

금리 변동기마다 반복되는 은행들의 이러한 행태에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권이 지난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바탕으로 2012년 이후 최대 수준인 1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을 두고도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이자 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은행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오르는데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며 “그럼에도 가산금리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며 대출금리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변화분을 즉각 반영되지만 수신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에 따라 매기다 보니 조정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금리는 서너 번씩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겨우 한 번 올리는 은행들의 행태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은행들의 ‘금리 이중플레이’에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꾸준히 오르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변화가 적어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점에 대해선 은행들이 타당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금리결정권이 은행에 있다 해도, 그 수준이나 사유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은행이 대출 기준금리에 얹는 가산금리의 산정 체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A은행은 지난해 11월 한 달새 가산금리를 무려 0.4%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고객 입장에선 신용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대출을 한 달 늦게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자부담이 0.4%포인트나 늘어나는 셈이다. 당국은 일부 은행들이 목표이익률을 과도하게 높게 잡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당국은 현재 진행 중인 대출금리 체계 점검 외에도 실제 은행들이 금리결정 절차를 담은 은행 모범규준 등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추가 수익을 창출하려 과도하게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않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을 이유로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신용위험을 높이 산정해 금리를 올리는 식의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는지 당국이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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