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프라퍼티 마케팅팀이 회의 진행 시간을 30분으로 미리 맞춰놓고 회의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불필요한 업무시간 낭비 줄이기 작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신세계 제공

2년 연속 3%대 성장을 기대하는 요즘이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산업화 시대 연 10%를 넘나들던 성장률은 이미 크게 낮아졌다. 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측한 앞으로의 잠재성장률이 2020년대 2%대, 2030년대 1%대일 정도로 대한민국호의 성장동력은 급락 추세에 있다.

이런 예측을 설명하는 데 전문가들이 자주 인용하는 표를 하나 예로 들어보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4년 작성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실질성장률(%)=취업자 수(%p)+물적자본(%p)+총요소생산성(%p) 증가율

*실질성장률은 5년간 단순평균이어서, 측정된 기여도의 합과 조금 다를 수 있음

성장회계란 방식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을 풀어보면 각각 노동(취업자 수), 자본(물적자본), 생산성(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합이 된다. 과거 우리 경제는 노동력과 자본의 투입량을 매년 크게 늘리며 주로 ‘질보다 양’에 의존한 성장을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평균 4.6%의 성장률에서 취업자 수(0.9%포인트)와 물적자본 증가(2.1%포인트) 효과가 차지한 비중이 절반 이상(4.6% 중 3.0%포인트)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표에서 보듯, 급격한 저출산ㆍ고령화로 2030년대 초반 취업자 수 증가는 오히려 성장을 갉아먹는(-0.4%포인트) 요소가 된다. 시설투자 등을 포함하는 물적자본 증가율도 경제규모가 커져 더는 높아지기 어렵다. 결국 둘을 합친 성장 기여도는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고 남는 건 총요소생산성 뿐이다. 이는 생산성 증가율이 0%면 성장도 0%, 3%대면 성장도 3%대인 시대를 말한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혁신, 산업구조의 재조정 등을 포함해 온갖 생산 분야의 효율을 종합한 방대한 개념이다. 하지만 생산성 하면 우선 떠오르는 노동생산성과도 대체로 비례한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노동생산성 향상 없이는 미래 성장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는 의미다.

사실 오랫동안 우리 경제 주체들에게 생산성은 별 관심 없는 얘기였다. 일을 하는 게 중요했지, 근무시간 동안 어떻게 일하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수시로 커피를 마시고 잡담을 나눠도, 때론 사우나에 다녀와도 회사는 굴러갔고 월급은 비슷하게 나왔으니까.

하지만 미래는 다를 것이다. 생산성 증가율이 곧 경제성장률이 되는 시대엔,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느냐가 우리 사회가 나눠가질 과실의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갈수록 일과 삶의 균형(일명 워라밸)을 금전적 보상 못지 않게 중요시하는 분위기이니 말하자면 전보다 여유롭게 살면서도 성과는 많이 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을 해내야 하는 셈이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1월부터 시작한 ‘주 35시간 근무’ 실험은 그래서 더 주목된다. 신세계는 근무시간 단축이 직원 복지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하루 7시간 근무, 오후 5시 퇴근을 마지노선으로 그어 놓고, 전보다 짧은 시간에 더 높은 성과를 내도록 근무ㆍ조직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예전엔 당연하게 여기던 회의를 줄이고 있다. 공들여 꾸몄던 보고문서도 구두보고로 대신한다고 한다. “퇴근은 빨라졌지만, 적어도 출근해 있는 동안은 쉴 틈이 없어졌다”고 직원들은 전한다.

생산성이 곧 우리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날이 머지 않았다. 직장생활로 치자면 밤낮 없이 일해야 고연봉을 받을 수 있던 과거에서, 칼퇴근을 하면서 성과급도 챙길 수 있는 미래로 가는 길. 답은 ‘스마트 워크’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사회 전체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다.

김용식 산업부 차장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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