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메리 메사글리오 가트너 부사장

“300쪽 보고서 나눠 본다고
기업문화 바뀌는 것 아냐”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가트너 한국지사에서 메리 메사글리오 가트너 부사장이 기업의 조직문화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혁신은 거창하고 원대한 목표보다 한 가지 취약점을 찾아내 바꾸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가트너 제공

“300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눠준다고 기업 문화가 바뀌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에게 바로 반응이 나오는 작은 변화부터 조직 문화 혁신은 시작됩니다.”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가트너 한국지사에서 만난 메리 메사글리오 가트너 부사장은 “기업들이 ‘딥체인지’ ‘디지털혁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거창한 개념을 들며 혁신을 이루겠다고 다짐하지만 원대하고 추상적 목표는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공감 얻기도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트너는 정보기술(IT) 시장 전망 등을 제시하는 글로벌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로 글로벌 상위 매출 500대 기업(미 경제 전문지 포춘 선정 기준)의 73%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메사글리오 부사장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 리서치팀을 이끄는 조직문화 컨설팅 전문가다.

최근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삼성전자) ‘딥체인지 2.0’(SK그룹) 등을 선포하며 조직문화를 바꾸려고 노력 중인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으로 그는 “현실과 괴리된 목표보다는 토론 문화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리더가 토론의 답을 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조직원들의 다양한 생각을 시험해 보고 그 중 최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문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컬처(문화) 해킹’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취약점 하나를 파고들어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해킹처럼 혁신이란 회의는 어떻게 하고, e메일은 얼마나 쓰는지 등 막내 사원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부터 시작해 조직 시스템을 바꿔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컬처 해킹의 조건으로는 ▦직원의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 ▦이틀 내로 변할 수 있는 대상을 해킹할 것 등을 들었다.

그는 “폐쇄적인 조직, 토론 문화의 부재를 고민했던 한 최고경영자(CEO)가 컬처 해킹으로 시작한 게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었다”며 성공적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CEO가 블로그에서 수다 떨 듯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겐 충격이었다”며 “대화가 없던 조직에서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고 조직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토론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소한 변화지만 이를 간과한 수많은 기업들이 “시체처럼 쌓여갔다”고도 했다. 그는 “경직된 조직 문화가 계속되면 결국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을 목소리가 무시되고 만다”며 노키아, 블록버스터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노키아는 당장 잘 팔리는 폴더폰에 집착하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실패했고 비디오 시장 강자였던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 인수 기회를 걷어찬 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메사글리오 부사장은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변화가 진행된 시대는 없었고 어느 누구도 앞으로의 답을 알 수 없다”며 “리더의 통찰력에 의지할 게 아니라 많은 조직원들이 격의 없이 이야기하면서 처음 겪는 현실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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