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0주년 공연

왕용범ㆍ유준상 ‘삼총사’서 첫 인연
어리지만 실력 뛰어났던 왕씨
엄기준ㆍ유준상ㆍ민영기ㆍ김법래
‘엄유민법’ 캐스팅 당시 큰 인기
이번에도 초연 멤버가 그대로
10년이 흘렀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인 뮤지컬 '삼총사'가 돌아온다. 10년 전 이 작품으로 연을 맺은 뮤지컬 연출가 왕용범(왼쪽)과 배우 유준상은 이제 각자의 부인보다도 더 자주 보는 공연계 단짝이다. 배우한 기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모였는데, 막상 모이니 지금부터 10년 더 해도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10년 전보다 멤버들이 더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젊어진 것 같아요.”(왕용범 뮤지컬 연출가)

“전 더 할 수 있는데, (엄)기준이가 못할 것 같다고 해요. 나이 쉰 넘어서 달타냥은 못한다고 해서 지금 꼬드기고 있네요.(웃음)”(배우 유준상)

왕용범(44) 연출가와 배우 유준상(49)은 2009년 국내 초연한 뮤지컬 ‘삼총사’에서 연출가와 배우의 인연을 처음 맺었다. 이후 왕 연출가는 자신의 주요 작품마다 유준상을 캐스팅했다. 유준상은 도저히 바빠 연출을 할 수 없다는 왕 연출가를 ‘삼총사’앞으로 잡아 끌었다. “작품이 아니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두 사람을 ‘삼총사’의 10주년 공연 개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삼총사’는 알렉상드로 뒤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유준상(아토스 역), 김법래(포르토스 역), 민영기(아라미스 역), 엄기준(달타냥 역)을 캐스팅해 화제를 모았다. “네 배우라면 뮤지컬 4편도 만들 수 있다”는 말까지 듣던 뮤지컬 스타들을 일일이 캐스팅한 이가 바로 왕 연출가였다. ‘삼총사’ 초연 출연자들은 매끄러운 연기 조합을 선보여 뮤지컬 팬들로부터 ‘엄유민법’이라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엄유민법은 이후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하며 뮤지컬 콘서트 무대에 함께 오르고 있다.

초연 당시 왕 연출가는 겨우 35세였다. 젊은 연출가가 ‘삼총사’의 각색과 연출을 도맡아 한다고 했을 때 배우는 물론 관계자들조차 온전히 신뢰하지 못했다. 왕 연출가는 당시 “새벽 3,4시에 혼자 일어나 엉엉 울 정도로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유준상은 왕 연출가를 믿었다. 왕 연출가는 “연출가 나이가 어리다고 불편해 하지 않고 유준상 배우가 먼저 응원해 줬다”고 말했다. 왕 연출가는 이후 ‘프랑켄슈타인’ ‘벤허’ 등 한국 창작뮤지컬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 작품을 할 때마다 유준상을 찾았다.

유준상이 왕 연출가에게 무턱대고 신뢰를 보인 건 아니었다. 그는 왕 연출가가 지닌 실력을 알아봤다. “뮤지컬 연습을 할 때 보통 배우들이 라인(동선)을 직접 만들어 맞춰보고 연출가와 합의를 하는데 왕 연출가는 라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잡아 왔어요. 제가 해도 그렇게 했을 듯한 라인이었어요. 연출가가 한 번에 라인을 잡으면서 연습할 시간이 엄청 늘었죠. 관객들에게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사할 수 있게 됐고요. 그 후로 왕 연출가라면 그대로 믿게 됐어요.”

뮤지컬 '삼총사'는 10주년을 맞아 초연 멤버인 엄기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등이 무대에 오른다. 메이커스프로덕션, 킹앤아이컴퍼니 제공

10주년 ‘삼총사’엔 엄유민법을 비롯해 신성우 등 초연 멤버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주요 배우들은 같다고 하나 무대 미술이나 안무, 캐릭터 등은 2009년과 다르다. 시대에 맞춰 변화를 주었다. 호색한 캐릭터였던 포르토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10년 전에는 전형적인 ‘마초’ 캐릭터였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비호감이더라고요. 여자를 좋아한다는 설정 대신 힘이나 우악스러움 등을 더 강조하기로 했어요. 뮤지컬처럼 남성 주인공이 많은 장르에서 어느 면까지를 포용할 것인지 고민이 더 많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왕 연출가)

‘삼총사’의 청춘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초연 때보다 10살씩 나이를 더 먹었으니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밖에. 유준상은 “다행인 건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다 힘들다는 것”이라며 “관객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엄청나게 연습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왕 연출가는 뮤지컬계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 ‘프랑켄슈타인’으로 대형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 첫 사례를 만들었다. ‘삼총사’도 국내 뮤지컬 제작 관습에 큰 변화를 준 작품으로 꼽힌다. 동명 체코 뮤지컬을 밑그림 삼았다. 90% 이상을 우리 식으로 새롭게 만들어 일본 무대에 올리고, 체코로도 수출했다. 유준상은 “체코에서 ‘삼총사’가 공연될 때, 원작 스태프들이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며 “‘프랑켄슈타인’으로 일본 공연을 하기도 했는데, 내가 창작뮤지컬 배우로 초청받고 무대 위에서 인사할 기회를 준 것도 왕 연출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협업은 앞으로도 이어진다. 왕 연출가는 유준상에게 “앞으로 2,3년은 걸릴 것 같다”는 차기 작품 ‘단테의 신곡’의 출연도 제안한 상태다. ‘단테의 신곡’은 왕 연출가의 일명 ‘신 3부작’ 3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왕 연출가는 신이 되고자 했던 인물(‘프랑켄슈타인’)과 신을 만난 인물(‘벤허’)에 이어 신을 죽여야만 하는 인물을 ‘단테의 신곡’으로 그릴 계획이다. 3부작 중 앞선 두 작품을 유준상과 함께 헸으니 출연 제안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왕 연출가는 “(3부작 완성이)제게 가장 큰 도전이지만, 연출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작품을 표현해 줄 수 있는 훌륭한 배우들과 차근차근 해 나간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며 “이번에도 유준상 배우와 함께라면 또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10주년 맞이 ‘삼총사’는 16일부터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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