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서 북미 합의까지
벼랑 끝서 평화 대전환기로 유턴
대북특사단 방북결과를 설명을 위해 방미중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8일 오후 (현지시간) 백악관 트럼트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화 의지를 피력한 이후 북미가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기까지는 70일이 채 안 걸렸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벼랑 끝으로만 치닫던 한반도 정세는 숨가빴던 두 달여 만에 대전환기를 맞게 됐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당국 간 대화 의지를 피력했을 때만 해도 기대보단 우려가 컸다.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통남봉미 전략이라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같은 달 4일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하는 것으로 화답하고, 뒤이어 남북이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회담에 나섰을 때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히려 현송월 심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평창올림픽에 파견할 북한예술단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방남해 ‘과잉의전’ 논란이 불거지자 해묵은 남남 갈등이 연출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달 9일 김 위원장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깜짝 특사’로 내려 보내면서 반전은 시작됐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문 대통령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김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간의 비밀 회동이 약속 시간 2시간을 앞두고 북측의 철회로 불발돼 북미 간의 깊은 불신이 확인되기도 했다.

북미 간 신경전으로 한반도 운명은 ‘롤러 코스터’를 탔지만 올림픽 폐회식을 계기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남하면서 다시 한번 반전을 맞았다. 같은 시기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 사이에서 벌인 중재외교는 서서히 성과를 냈다. 당초 북측의 남북정상회담 개최 제안에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던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을 전격 파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자리에서 4월 말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확인하는 합의가 이뤄져 국내는 물론 주변국을 놀라게 했으나 이마저도 예고편에 불과했다. 사실상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을 선언한 북측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8일 미국을 찾은 대북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 간 직접대화를 이끌어내는 데 마침내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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