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저작권 한국일보][대선주자 인터뷰] 지난해 대선 기간 한국일보 사옥을 방문해 대선 주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17-03-06(한국일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무비서의 피해 주장에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등장했다. 이미지 정치에 속았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충남도민은 물론 전국의 유권자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 대선 기간 그를 가까이서 보좌했던 정치권 인사는 “나는 위선의 가면 너머를 보지 못하는 바보 천치다”라며 절망감을 표시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소수자 인권을 강조했던 정치인이었기에 배신과 분노의 농도가 더 짙다.

▦정치인 성추문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06년 당시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당시 그의 변명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우근민 제주지사의 여성단체 여성 성추행 사건이나 박계동 의원의 술집 동영상 파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논란 등도 안 전 지사 사건을 계기로 다시 소환당했다. 그러나 과거 어느 스캔들도 이번 만큼 파장이 크지 않았다. 대부분 개인적 일탈로 치부되고 말았다. 심지어 최연희 의원은 큰 논란에도 불구, 2년 뒤 18대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3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차기 대권 주자군에 포함됐던 안 전 지사는 경우가 다르다. 인간적이고 소탈한 모습만 보여주던 정치인의 이중생활은 너무 충격적이라 음모론으로도 이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여야 대표 회담에서 농담처럼 거론하기 앞서 여의도에서 먼저 번졌다. 친문(재인) 그룹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안 전 지사를 대권주자에서 제거하는 작전이라는 그럴 듯한 설명이 붙었지만 허무맹랑한 ‘찌라시’에 불과하다. 경쟁 정당에서조차 “꽤 괜찮은 정치인이었는데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정치권이 받은 타격이 컸다는 방증일 것이다.

▦안 전 지사는 8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대신 “검찰이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쇼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도리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강타할 변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그의 후광을 업고 충남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등 여당은 후폭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자유한국당은 반격의 계기를 잡았다. 정치는 역시 생물이다. 뚜껑을 여는 순간까지 예측을 불허하는 게 선거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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