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국제 이동통신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8’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화웨이 부스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중국 첨단기업들의 ‘기술 확보’ 공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선진국이 경계감을 드러내며, 중국 자본의 관련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설립된 통신기기 개발사 브로드컴의 미국 퀄컴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일시 유예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첨단기술 업계 사상 최대 거래가 될 수 있었던 이번 인수가 가로막힌 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브로드컴이 화웨이와 오래 관계를 맺어온 점을 지적하며 중국 IT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5G) 표준 경쟁에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앞서는 상황까지 미국 정부가 우려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다. CFIUS는 최근 중국 자본의 미국 첨단기술업체 인수에 꾸준히 제동을 걸고 있다. 첨단기술은 안보 문제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는 게 미국 논리다. 올해 1월 중국 IT기업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를 불허한 게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당시 ‘경제안보 위협’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미 의회는 지난해 말 ‘외국인 투자 위험 심사 현대화’ 법안도 제출했는데, 중국 기업의 첨단기업 인수는 물론 미국의 중국 투자와 합작까지도 들여다 보겠다는 내용이다.

유럽에서도 최근 비슷한 경계심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중국 지리자동차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 지분 약 9.7%를 인수하자, 브리기테 치프리스 독일 경제장관이 견제구를 날렸다. “독일의 개방된 시장이 타국에 남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리는 다임러에 전기차 및 자율주행 개발 노하우 공유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군사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중국 투자 규제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016년 중국의 대미 투자는 460억달러(약 49조원)로 전년도 대비 3배가 뛰었는데 상당수가 첨단제조ㆍ정보ㆍ통신분야로 들어갔다.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는 “20세기 냉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을 내세워 미사일 경쟁을 벌였듯, 21세기 미국과 중국도 첨단기술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서방의 경계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IT기업 IBM은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를 막게 되면 오히려 미국 기업의 기술 개발 능력이 뒤처질 것”이라며 투자 규제에 공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경제고문이었던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크리스토퍼 스마트 선임연구원도 “도둑을 막으려고 손님조차 들이지 않는 격”이라며 득보다 실이 많다고 비판했다.

실제 중국의 기술력이 이미 상당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2018년 발표한 과학ㆍ공학지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연구개발(R&D) 지출은 구매력평가지수 기준 4,088억달러로, EU(3,865억달러)를 제치고 1위 미국(4,966억달러)을 빠르게 뒤쫓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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