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대화 개시 물밑 협상 중
복귀 땐 ‘미일 FTA’ 체결 효과
통상공세로 한국 수출 타격 우려
정부, 2014년 대책단 만들었지만
트럼프 탈퇴 선언 후 서둘러 해체
“통상 이익 유지 전략 시급” 목소리

미국이 8일(현지시간) 체결되는 일본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복귀할 뜻을 시사하면서 우리 정부 통상정책에 또 하나의 대형 악재가 될 조짐이다. 미국의 TPP 복귀는 미일 주도의 거대 자유무역 경제권 형성이며,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효과도 있다. 이에 따라 TPP 회원국 시장뿐 아니라 미국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품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정부 조직개편 당시 전 정부에서 조직했던 ‘TPP 대책단’을 해체하며, TPP 대응을 사실상 포기했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TPP 대책단은 지난 2014년 2월 TPP 가입 협상 대비를 위해 산업부 FTA 정책관을 단장으로 기재부와 외교부, 농림부 등의 실무자들이 파견돼 구성된 범정부 차원의 조직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3일 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정부는 사실상 TPP가 좌초된 것으로 판단하고 가입 추진을 중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시 TPP 협정문을 만들기 위해 협상 참가국들이 수년간 들인 시간과 정치적 노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쉽게 탈퇴하기 어려운 만큼 TPP 대책단을 당분간 더 유지하자고 건의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그로부터 6개월 후 TPP에 복귀할 뜻을 밝힘에 따라 우리 정부의 통상전략이 단견이었음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더 나은 협상으로 조건이 좋아진다면 TPP 가입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혔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상공회의소 주최 투자설명회에서 “TPP 복귀에 대해 고위급 대화를 시작했다”며 물밑 협상이 시작됐음을 밝혔다.

미국이 TPP에 복귀하면 미일 FTA 체결 효과가 발생,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TPP 회원국들이 특혜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원산지 규정 충족을 위해 한국산 중간재 수입을 줄일 수 있어 피해가 더 클 것이란 분석도 있다. 더욱이 정부는 현재 TPP의 대안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국의 전방위 수입규제 조치가 중국을 제1 타깃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RCEP으로 한국과 중국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 한국을 겨냥한 미국의 통상공세가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TPP 복귀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의 통상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TPP대책단 해체 이후 TPP 산업부 FTA협상총괄과 내 서기관과 사무관 등 실무직 직원 2명이 나눠 맡고 있는 게 전부인 실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TPP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게 전부”라며 “TPP 가입 여부에 대한 입장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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