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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핵화와 북미간 신뢰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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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핵화와 북미간 신뢰프로세스

입력
2018.03.07 1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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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특사단이 들고 온 보따리는 남북관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특사단을 만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역사상 처음으로 남측 지역에서의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의지 및 북미대화 의사를 밝히고,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을 약속했다. 기대를 뛰어 넘는 합의와 약속이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모라토리움(잠정중단) 선언 바탕 위에서 앞으로 여러 가지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에 가게 되면 말한 내용을, 미국에 전달하는 북한의 입장을 추가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핵심 요소인 북미 간 대화를 위한 여건이 갖춰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을 넘어 비핵화 대화 입구인 핵개발 동결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추론된다. 미국이 그 동안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이 최고지도자의 공개적 다짐을 통해 상당 부분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따라서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른바 ‘북핵 문제’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미국과 적대관계 청산에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 정상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과정은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 관계 정상화의 최우선 조건으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할 것이다.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비확산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해야 한다. 핵심 쟁점은 검증 문제가 될 것이다. 북한이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핵을 신고하고 이를 검증 받는 절차는 북미 간에 상당한 신뢰가 축적되지 않으면 원만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한 안전장치로서 정전상태를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불가침선언을 한다면 현존하는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보다 단기적인 조치로서 각종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를 요구할 것이다.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동북아 다자간 평화안보 체제 등의 구축도 재논의될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핵동결을 한 채 관계정상화 등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미국측에서는 선비핵화만 주장, 비핵화 합의가 결렬된 바 있다. 북한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관계 정상화 논의의 선행을 주장해 북미대화가 난항을 겪었다. 앞으로 북미대화가 열리면 대북제재 해제 및 평화협정이 비핵화 문제가 동시에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도 ‘신뢰의 결여’가 북미 대화의 최대의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6자회담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조약 관련 합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상호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한반도에서의 지속 가능한 평화구축은 북미간 신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과거와 달리 대화 중에도 최고 강도의 대북 제재와 압박조치를 거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한미군사훈련의 실시를 예년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양해했듯, 앞으로 북미대화와 제재의 병행을 일정 기간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대북 적대시 정책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용단을 내리고 단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기초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간 신뢰프로세스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이 가장 크게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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